코로나19 장기화에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 전면 시행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소협력사들이 원청 노동조합의 파업결의에 긴 한숨을 쉬고 있다.
광주지역 주력 제조사업장인 기아 오토랜드 광주와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각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190여 금호타이어 협력·수급사와 250여 기아 광주사업장 1·2·3·4차 협력사들은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12일 광주지역 산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노조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 시킨 후 13일 만인 지난 11일 사측과 제15차 본교섭을 재개했지만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교섭이 장가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경영악화로 더 이상의 수정안을 제시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치자 전면파업 등을 포함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예고했다.
현재 쟁점은 중국 더블스타 매각 과정에서 반납한 상여금 환원기준 설정과 1인당 1000만원 규모의 우리사주 일시 출연 등이다.
사측은 당시 상여금 반납은 노사가 합의한 사안이고, 2020년 단체교섭 통상임금 인상분 적용과 차입금 상환, 통상임금·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미국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가 확실시됨에 따라 재정 부담 악화로 추가 지급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중 오는 18일 광주고법에서 열리는 '통상임금 소송 파기환송심' 재판은 향후 결과에 따라 사측이 수천억원 대의 자금을 마련해야 된다는 점에서 경영진은 '회사의 존립이 달려있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A협력사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어려울 때 조금씩 양보하는 혜안을 발휘해 노사를 비롯해 협력사까지 상생할 수 있도록 파업만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하소연 했다.
이처럼 위기의 연속에도 최근 광주시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관내 이전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빛그린산단 전남 함평군 부지 이전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벼랑 끝에 이른 노사 협상의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기아는 신차 출시 등에 힘입어 각종 경영 지표에 순풍이 불고 있지만 협력사들이 파업을 걱정해야 하는 반대 상황이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사업장의 경우 지난해 중국발 부품수급 사태로 빚어진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 위기를 딛고 생산라인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기아를 대표하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신형 '스포티지'가 지난달 본격 출시된 가운데 사전계약 첫날인 7월6일부터 10일까지 총 2만2195대가 일찌감치 팔리는 등 판매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아 노조 집행부는 지난 10일 '2021년 임금단체협상' 요구안 관철을 위해 파업을 결의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73.9%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가결시켰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최대 만 65세 정년연장, 노동시간 주 35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대 쟁점은 노조 별도요구안에 포함된 '신규인원 충원'이다. 기아 노조는 퇴직에 따른 인원 자연감소분을 충원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올해 임협 협상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사측은 전기차 전환에 따른 생산직 수요 감소를 이유로 신규인원 충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지역 부품협력사들은 지난해 중국발 부품수급 사태와 지난 3월 발생한 1차 협력사 ㈜호원의 노사 분쟁으로 광주공장 생산라인이 5일간 전면 가동을 멈춰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노조 파업이 현실화 될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하고 있다.
기아 부품협력업체 B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호원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하반기에는 기아 노조의 파업결의로 걱정이 앞선다"며 "노조가 영세한 협력사 가족들의 어려운 상황을 한번쯤이라도 고려 해준다면 최상의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 가닥 희망은 남아있다. 그룹사인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임단협 타결에 성공한 만큼 기아 역시 협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