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로 알려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가 내년 3월 전남 나주에 개교를 앞두고 조만간 신입생 모집 등에 나선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설립이 추진된 한전공대는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 세계 10위권 공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출범 과정부터 한전의 재무 부담, 졸속 개교 논란, 정원 미달 우려 등으로 잡음이 적지 않았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공공기관이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한국에너지공과대법이 제정되며 설립이 급물살을 탔다.
최근에는 신입생 모집 요강을 발표하고 다음 달 수시모집을 준비하는 등 개교 일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1조6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한전공대가 기존의 에너지 관련 학부와 차별화되는 경쟁력 없이는 이런 논란들을 불식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한전공대의 2022학년도 학부 신입생 모집요강에 따르면 단일학과인 '에너지공학부'는 오는 9월 10일부터 수시모집을 시작한다. 에너지공학부는 수시모집으로 100명, 정시모집으로 10명의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수시모집인 학생부종합전형도 일반전형 90명, 고른기회전형(10명)으로 나뉜다.
한전공대는 학사 100명 외에도 석·박사 250명을 포함한 350명 규모의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한다. 2025년까지 학부 400명, 대학원 600명 등 1000명을 선발하고 정원 외로 외국인 학생 300여명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임용이 확정된 교수는 28명이며 연말까지 33명, 개교 전까지 총 5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목표한 교수진 100명 확보는 대학 4학년 편제가 완성되는 2025년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내년 3월을 목표로 개교 일정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적지 않은 잡음도 뒤따르고 있다. 일단 개교 일정이 다소 촉박하다는 점에서 내년 대선을 의식한 속도전이라는 해석이 여전하다.
한전공대는 지난 2017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으로 출발,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 논란 속에서도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됐다.
특히 올해 3월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이 통과하면서 설립에 급물살을 탔다. 보통 대학이 기본계획 수립부터 설계·시공·설립 인가를 받아 개교까지 도달하는 시간과 비교하면 조속한 개교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모든 시설이 완공 전인 상황에서 개교하는 그림도 일각에서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캠퍼스 착공은 지난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가 대학 설립을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 4년여 만인 지난 6월 1일 돌입했다.
대학 설립 입지는 한전 본사 소재 나주혁신도시의 부영골프장 부지다. 캠퍼스 건축공사는 오는 2025년까지 1·2·3단계로 나눠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한전공대는 내년 3월에 맞춰 핵심시설만 건립해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개교할 예정이다. 대학원 연구실은 전남 나주혁신산업단지에 올해 10월 완공 예정인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소 일부를 임대로 활용할 예정이다. 학생들에 무료로 제공하는 기숙사는 2024년께 준공 계획이어서 나주혁신도시 내에서 임시 기숙사를 임차할 예정이다.
한전의 비용 부담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학교의 석학급 교수 연봉은 4억원 이상이며, 1000명의 학생에게는 등록금 면제와 기숙사 무료 혜택이 제공뙨다. 이에 따라 오는 2031년까지 설립·운영에 총 1조6000억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전남도와 나주시가 각각 연간 100억원씩 10년 간 총 2000억원을 투입하고, 캠퍼스 부지를 제공해 총 3670억원을 지원한다. 나머지 비용은 한전과 전력그룹사가 일정 부분을 부담한다.
이에 지난해 누적 부채가 132조원에 이르는 한전의 경영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미 한전은 올해 2·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원가 부담이 커져 적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한전의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연결기준 한전 부채는 지난해 132조4753억원에서 2024년 159조4621억원으로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학생 모집 방식에 대한 모호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시모집의 경우 학생부종합전형은 '일반전형'(90명), '고른기회전형'(10명)으로 나뉜다. 수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을 반영하지 않고, 서류평가와 자체 평가 기준에 따른 면접평가를 진행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이런 독특한 선발 방식으로 입시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면접평가는 학생부 기반 면접(30%)과 창의성 면접(70%)으로 구성된다. 창의성 면접 평가에 대해 한전공대는 '과학적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수학적인 사고력, 인문적 통찰력, 협업적 소통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라고 소개한다. 한 교육업계 관계자는 "학생 수준을 판단할 뚜렷한 객관적 지표가 아니라 파악이 어려운 방식"이라고 평했다.
특히 1조6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차별화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미 국내에는 4개 과학기술원(KAIST·대구경북·울산·광주)과 사립인 포스텍 등 5개 과기특성화대가 있다. 이들 모두 에너지 관련 전공이 개설돼 있다. 차별화 없이는 여타 지방대학들처럼 정원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전공대는 전공 선택 없이 자유로운 수강과 진로 특화 과정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1·2학년에 기초역량과정을 거치고 3·4학년에 에너지역량과정과 진로특화과정을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단 것이다. 이런 에너지역량과정은 ▲에너지 AI ▲에너지 신소재 ▲차세대 그리드 ▲수소에너지 ▲환경·기후기술로 구성된다.
모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과 관련이 큰 분야들이다. 다만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동일하게,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은 연구 분야에서 배제했다. 이런 교육 과정과 관련해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이미 원자력 관련 연구 경쟁력이 높은 학교들이 많아 원자력이 없는 것을 아쉽다고만 볼 수는 없겠지만, 그런 점을 상쇄할 만큼 특정 연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입되는 재원 규모에 비해 극소수의 학생들만 선발한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에너지 분야의 과학기술 엘리트를 양성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에너지 분야 교수는 "한전공대는 미국의 칼텍(CALTECH·캘리포니아공과대학)처럼 소수정예의 학생을 키우는 대학을 표방한다"라며 "그렇다면 소수 엘리트로 양성된 학생들이 산업계를 넘어 학계, 연구개발계의 에너지 분야 리더가 될 수 있는 치밀한 전략도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나주=주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