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스스로 방역 수준을 높이고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질병관리등급제가 첫 단추를 채웠다.
산란계 농가 4곳 중 1곳이 참여했다. 전체 사육 마릿수로는 40%가 넘는 수준이어서 향후 살처분 최소화로 계란값 폭등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질병관리등급제 접수 결과 전국 1091개 산란계 농가 중 276개 농가가 신청했다고 19일 밝혔다.
전체 산란계 농가 4곳 중 1곳이 신청한 것으로, 이들 농가에서 사육하는 산란계 마릿수는 전체 7371만 마리 중 3024만 마리(41%)에 해당한다.
방역시설이 미흡하거나 과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등으로 신청이 어려운 농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특히 10만 마리 이상 대규모 사육 농가 중 46%(97곳)가 신청했다. 100만 마리 이상 농가 2곳은 모두 참여했고, 50만 마리 이상~100만 마리 미만 농가는 10곳 중 6곳이 참여했다. 10만 마리 미만 중·소규모 사육 중 20%가 신청해 앞으로 시설 개선을 통해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별로도 산란계 농가가 있는 시·도를 중심으로 고르게 신청했다. 산란계 농장 대비 신청률로 전북 31%(28곳), 전남 30%(27곳), 경기 28%(67곳), 경남 22%(22곳), 충남 21%(29곳) 등 전국적으로 고루 관심을 보였다. 제주는 44%의 높은 신청률을 나타냈다.
농식품부는 각 농가의 관심 높은 시범사업 참여로 농가 주도 자율 방역체계로 전환과 함께 질병관리등급제가 정착되면 방역체계를 갖춘 농가가 가금 산업의 중심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질병관리등급제 참여 농가의 방역 수준이 향상되면 지역 위험도는 낮아진다. 지역 내 10곳 중 5곳 이상이 질병관리등급을 부여 받으면 AI 발생 위험은 최대 50%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율방역체계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면 AI 발생 위험이 줄면서 산란계 살처분 가능성도 줄어들 전망이다. AI 살처분 이후 산란계 부족으로 계란 가격 폭등이 반복됐던 과거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식품부는 신청 농가의 방역시설 확보 상황과 방역 수칙 준수 여부 등을 평가해 특별방역기간이 시작되는 10월 이전에 3가지 유형으로 질병관리등급을 부여할 계획이다.
방역시설이나 장비, 방역관리가 수준을 충족하지만 AI 발생 이력이 없으면 '가', AI 발생 이력이 있으면 '나' 유형으로 나뉜다. 방역시설·장비나 관리 수준이 미흡해 보완이 필요하면 '다' 유형이 된다.
평가결과 '가', '나' 유형으로 분류된 농가는 예방적 살처분에서 제외될 수 있는 범위를 선택할 수 있다.
예방적 살처분 대상 제외 농가에서 AI가 발생하면 인센티브에 상응하는 만큼 살처분 보상금을 하향 조정한다. 예를 들어 500m~3㎞ 예방적 살처분 제외 후 AI가 발생하면 살처분 보상금으로 기존에 가축·물건 평가액의 80%를 지급하던 것을 60% 수준으로 낮춘다.
질병관리등급 부여 농가가 10월에 예방적 살처분 제외 범위를 선택하면, 이듬해 3월 말까지 적용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질병관리등급제 시행에 따라 농장 간 수평전파 차단을 위한 방역 조치도 강화할 방침"이라며 "농가 방역 수준 향상을 위해 평가 안내서를 활용해 방역 취약점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