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중국, 일본에 대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분간 일본과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급망 형성도 쉽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상황을 헤아릴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한·중·일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GVC) 연계성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자료를 보면 한국의 대(對)중국 소부장 수입 규모는 2001년 50억 달러에서 2019년 535억3000만 달러로 10.5배 증가했다. 수입 비중이 1% 이상인 품목은 소부장 산업 231개 소분류 기준 21개이며 해당 품목의 총수입이 전체의 61.2%를 차지했다.
상위 5개 품목군에는 메모리 반도체,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및 유사 반도체 소자, 열간 압연 및 압출 제품 등이 포함됐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소부장 수입의 13.3%를 차지해 특정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소부장 규모는 181억3000만 달러에서 318억 달러로 1.8배 늘었다. 주요 수입 품목은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및 유사 반도체 소자, 열간압연 및 압출제품, 플라스틱 필름시트, 판 및 합성 피혁, 기타 분류 안 된 화학제품 등이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소부장 무역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해오고 있다. 그래도 2010년을 기점으로 무역적자가 감소 추세인 점은 긍정적이다. 일본으로의 소부장 수출 규모는 2001년 61억 달러에서 2019년 140억 달러로 2.3배 증가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GVC상 쌍방향 의존 관계가 더욱 강화됐다는 관측도 있다.
일본의 대중국 소부장 수출은 2001년 211억 달러에서 2019년 901억 달러로 4배 늘었고, 수입은 99억 달러에서 552억 달러로 6배 증가했다.
KIEP는 "중국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소부장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일본의 대중 수출 품목도 크게 변화했다"며 "이는 중국의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동반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일본의 대한국, 중국 GVC 의존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한국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다"며 "특히, 금속·금속가공제품, 전기장비·전자부품, 일반기계 부품·장비 및 수소기계부품 등에 있어서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큰 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소부장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와 GVC 개편 필요성에 대한 설문에서는 수출입 대상국으로 일본과 중국의 중요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국가에서 수입하는 품목에 대한 조달처 변경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수입 이유를 살펴보면 중국의 경우 '가격 경쟁력'의 비중이 77.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일본은 기술력 부족과 국내 미생산, 좋은 품질 등의 비중이 86.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KIEP는 "비경제적 이슈로 여러 제약이 많지만 일본과 중국은 여전히 우리 소부장 기업들에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우리 정부 역시 이런 점에 기반해 중국과 일본과의 협력과 상생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