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2년 정부가 3억3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청구했다.
A씨는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선포한 계엄령에 따라 영장 없이 합동수사본부로 연행돼 구금됐던 인물이다. 당시 군은 A씨가 '5·18 이전으로의 복귀' 등을 호소하는 유인물 배포를 모의해 계엄령을 위반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이듬해인 1981년 대법원은 A씨에게 징역 2년을 확정했지만, 이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A씨는 1993년 불법연행 및 수감에 따른 생계 지원금을 신청했고, 광주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는 A씨가 지급 대상자에 해당한다며 9900여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별개로 A씨는 신군부의 불법행위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 사건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A씨가 이미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보상금을 받았으므로 추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봤다.
옛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16조2항은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하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보고 국가에 위자료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1심과 2심은 A씨가 입은 피해에 관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고 보고 그의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볼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 16조 2항에 대해 제청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보상금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정신적 손해와 무관한 보상금 등을 지급한 다음 배상 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위헌 취지를 밝혔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 재판부는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른 보상금을 받더라도 정신적 손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볼 근거가 사라졌다"면서 "A씨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