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이어 한국지엠의 올해 임금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한국지엠은 24일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24일 조합원 7012명이 참여한 2차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65.7% 찬성률로 합의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23일과 24일 이틀간 이뤄진 투표에서 조합원 4604명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했다. 2369명은 반대표를, 39명은 무효표를 던졌다. 이로써 지난 5월27일부터 시작된 한국지엠 임금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노사는 빠른시일 내 임금협상 조인식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달 22일 14차 교섭에서 생산직 기본급 3만원 인상, 일시·격려금 450만원 지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휴가 이후인 지난 12일부터 재교섭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 19일 새로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새로 도출된 잠정합의안에는 직원 1인당 정비쿠폰 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 추가됐다. 생산직 월 기본급 3만원(호봉승급 포함) 인상, 사무직 정기승급분, 일시·격려금 450만원 등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다만 격려금 지급시기는 앞당겨졌다. 400만원은 타결 후 즉시, 50만원은 오는 12월31일 지급된다.
누적 적자 5조원 이상인 한국지엠은 올해 반도체대란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배터리 이슈로 인한 볼트EV 판매 중단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임협이 마무리된 만큼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힘을 합쳐 위기극복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31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역시 전세계적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부평 1, 2 공장의 생산축소와 중단이 반복되며 상반기에만 8만대에 육박하는 생산차질을 빚었다.
지난 20일(미국 현지시각)에는 한국지엠의 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2017~2019년식 쉐보레 볼트EV 일부 모델에 한해 실시해온 자발적 리콜 조치를 볼트EUV를 포함한 볼트EV 전 모델로 확대키로 했다. 배터리셀의 '음극 탭 결함', '분리막 접힘' 등 두 가지 제조 결함으로 화재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GM은 리콜 확대와 함께 볼트EUV·볼트EV의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신형 볼트EV와 볼트EUV 사전계약을 시작한 한국지엠 역시 모든 일정을 중단한 상태다.
한국지엠은 "오늘의 가결 결과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며, 이러한 긍정적인 모멘텀을 바탕으로 회사가 약속한 경영 정상화 노력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기아 역시 노사 임단협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기아 노사는 24일 13차 본교섭에서 2021년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성공, 오는 27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7만5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200%+350만원, 품질브랜드 향상 특별 격려금 23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10만원, 여가선용을 위한 특별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무분규 합의를 이끈 노사 공동 노력에 대한 무상주 13주 지급도 포함했다.
복지환경 개선에도 합의했다. 기아는 첫차 구매 시 직원용 할인 혜택을 확대하고,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일반직과 연구직의 평일 연장근로 기준 시간 변경 등과 함께 재산 증식과 애사심 고취의 의미를 담은 우리사주도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서 노사는 '미래 산업 변화 대응을 위한 노사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4차 산업 재편에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고객 종업원의 고용안정과 미래 경쟁력 확보에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노조가 요구해온 정년연장, 해고자 복직 등 노조 요구안은 반영되지 않았다.
기아 노사의 임단협 잠정합의안 도출은 코로나 19 감염증 4차 대확산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 위기상황 속에서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미래차 대전환 시기에 맞춰 노사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는데 공감한 결과다.
올해 기아 노사는 휴가 이후 매주 2~3회 이상의 강도 높은 교섭을 진행하며 상호 입장차를 조율하고, 예년보다 교섭기간을 크게 단축해 지난 6월 17일 상견례 이후 2개월여만에 합의점을 찾았다. 올해는 파업으로 인한 생산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
기아 관계자는 "코로나 19 감염증의 재확산과 반도체 수급 문제 등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된 현실에서 노사가 한걸음씩 양보함으로써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며 "전용 전기차 EV6와 스포티지 등 고객 반응이 뜨거운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성장 모멘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한국지엠이 임단협 타결에 성공하고, 기아 역시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하며 시장의 관심은 르노삼성에 쏠리고 있다. 쌍용차가 자구안에 따라 올해 임단협을 실시하지 않는다.
르노삼성은 아직 지난해 임단협조차 타결하지 못했다. 르노삼성은 200시간이 넘는 파업과 사측의 직장 폐쇄 등으로 5000대 이상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XM3'이 유럽 수출 호조를 나타내는 등 실적 청신호가 들어왔지만 노사협상 장기화로 신차 배정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실적 개선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 등으로 노사의 위기감이 크고 르노삼성 역시 노사간 이견을 좁혀가고 있는 만큼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하지만 르노삼성 역시 교섭이 교섭이 지지부진할 경우 다시 쟁의권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추석 전까지 최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