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강성노조로 꼽히는 자동차 노조가 올해는 파업없이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매년 관행처럼 이어졌던 파업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파업 리스크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이어져온 반도체 부품 품귀로 자동차산업의 생산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이 파업없이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쌍용차는 자구안에 따라 올해 임단협을 하지 않는다. 쌍용차는 12년 연속, 현대차는 3년 연속 무파업이다. 한국지엠의 경우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파업없이 교섭을 이어가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 임단협 타결을 이끌었다.
기아 역시 10년만에 파업없이 잠정합의안을 도출, 2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5개 완성차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조차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의 경우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올해 초부터 이어져온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인해 노사가 실적 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며 자동차업계에 무파업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한국지엠이 무파업으로 2021년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것과 관련해 지난 25일 "산업평화 관행을 축적하는 첫걸음이 됐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반도체 수급 불안, 코로나19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지엠이 무파업으로 2021년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며 "한 차례 부결이 있었지만 노조가 연례적 파업관행을 버리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협회는 "특히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투표에서 부결되는 경우 책임 회피 방편으로 파업하던 연례적 관행과 달리 이번에는 부결에도 불구하고 대화로 협상안을 타결했다"며 "우리 노사관계의 생산적 변화와 산업평화 정착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기아·한국지엠·쌍용차의 올해 임단협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눈은 지난해 임단협조차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에 쏠리고 있다.
르노삼성은 25일 2020년 임단협에 대한 13차 본협상을 진행했다. 사측은 2020·2021년 임단협 통합 교섭, 기본급 동결 보상금 200만원, 생산성 격려금 1인당 평균 200만원 등 800만원 일시금 지급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월 7만1687원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어 여전히 간극이 크다.
노조는 2년 동안 기본급이 동결된 만큼 기본급 인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회사 측은 상반기 내수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47.8% 감소하는 등 실적이 악화하고 있어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다만 협상 교착이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기본 방향은 강대강 대치가 아니라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자는 것"이라며 "회사는 기본급이 아닌 일시금을 통해 간극을 줄이자는 입장이고, 노조는 대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주 초 다시 협상을 재개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 부족문제로 인한 생산차질이 심각한 만큼 하루 빨리 완성차업계가 협상을 마무리지어 파업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올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반도체 부품 품귀로 심각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지엠은 올 상반기 부평 1, 2공장의 생산축소와 중단을 반복하며 상반기에만 8만대에 육박하는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제품 가격을 최대 20%까지 올리며 자동차업계의 고통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부품 가격 인상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한국지엠에 이어 기아와 르노삼성의 무파업 타결도 기대한다"며 "올해가 자동차업계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상생의 협력적 관계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협상에 들어갔던 왕성한 에너지와 열정이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에 투입됨으로써 이것이 다시 고용안정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