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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노동자, 폐암 발병 위험 노출…환경 개선을"
  • 호남매일
  • 등록 2021-09-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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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광주지부, 시교육청 앞 기자회견 폐암 투병 퇴직자 "고통 이어지지 않도록 전수조사해야" 올해 2월 폐암 산재 인정 전문조사 심의결과 내용 소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가 1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직업성 암 발병 관련 전수조사와 인력 확충을 촉구하고 있다. 2021.09.01.



"하늘 무너지는 줄…또 다른 암 환자는 없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는 1일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학교 급식실 노동 환경 개선·강도 완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학교 급식 노동자 사이에서 기름을 활용한 고온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 흄(fume)'에 의한 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조리 흄'은 230도 이상 고온 상태에서 기름이 들어간 요리를 할 때 지방 등이 분해되면서 배출되는 연기로 발암물질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실제 26년간 학교 급식실 조리원으로 일하다, 지난 2019년 폐암 판정을 받고 퇴직한 박지윤씨가 직접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박씨는 "정년도 마치지 못하고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3년 전 원인 모를 가슴 통증이 계속돼 폐암 진단을 받았다"면서 "생각해보면 급식실 근무 환경은 너무 열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급식실 내부는 늘 후덥지근했고 매캐한 조리 연기가 자욱했지만 얇은 마스크 한 장으로 안전을 지켜야 했다. 환풍 시설이 고장난 줄도 모르고 거의 매일 튀김, 부침개, 구이 요리를 만들었다. 고통은 늘기만 했다"고 했다.



박씨는 "비정규직에게 건강권은 사치스러운 남의 나라 이야기다. 그저 시간 내 음식을 만들어내야 하는 기계일 뿐이다"며 "고통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막아달라. 또 다른 암 환자가 없는지 교육청은 모두 확인해달라"고 호소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학교 급식 노동자의 높은 산재 발생은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다"며 "지난달 31일 기준 '직업성·환경성 암 환자 찾기 119' 접수 현황을 보면 신청자 132명 중 32%인 43명이 급식실 노동자로 다른 산업현장에 비해 가장 수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암 발병 학교 급식 노동자 43명 중 폐암은 21명으로 절반이나 된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3.5%가 폐암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국립암센터 국가 암 통계 '인구 10만 명당 암 유병자 수'보다 24.8배나 높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급식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산재의 근본적 원인은 짧은 시간 음식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고강도 노동 때문이다"며 올해 2월 직업환경연구원 업무상질병심의위원회가 한 학교 급식 노동자에 대해 폐암 산업재해를 인정한 '전문 조사심의 결과'를 소개했다.



심의 결과에는 '학교 조리사가 1인당 100명을 초과하는 급식 인원을 담당하고 있다', '발암성 흄에 노출되는 음식 조리 일수는 81%다', '튀김 요리를 하루 평균 46인분 조리하는 격이고, 12년 동안 '흄'에 노출돼 폐암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나날이 학교 급식의 안전성·위생이 강조되면서 급식의 질과 신뢰도는 높아졌는데 급식실 노동 환경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교육당국은 당장 학교 급식 노동자 대상 암 환자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밖에도 ▲노동환경 개선 ▲업무 분담 인력 충원 ▲인력 배치 기준 상향 조정 등을 요구했다.



/한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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