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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세상을 구원한다…뮤지컬 '하데스타운'
  • 호남매일
  • 등록 2021-09-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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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니상 8관왕…첫 한국어 공연 개막 2022년 2월27일까지 LG아트센터


노래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뮤지컬 '하데스타운' 첫 라이선스 공연은 그 물음에 대한 긍정문이다. 온 몸으로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오르페우스'를 통해 '인생 찬가(讚歌)'를 들려준다.


그리스 신화가 바탕이다. 고전에 새 숨결을 불어넣었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 사계절 중 봄과 여름은 지상에서 가을과 겨울은 지하에서 남편인 하데스와 보내는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다.


신화에서 오르페우스는 '리라(lyra)'(하프보다 현의 수가 적은 비교적 작은 악기)를 연주하지만, '하데스타운' 속에서 테이블을 치우는 웨이터인 그는 기타를 연주한다. 오르페우스의 노래는 위력이다. '서사시Ⅲ'에서 '라라라 라라라라'라고 노래하는 순간, 서로 불화하던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춤을 춘다.


또 신화 속에서 에우리디케는 독사에게 물려 죽는다. 하지만, '하데스타운'에선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지하 세계로 걸어들어간다는 설정이다. 이런 에우리디케의 주체성은 시대와 맞물린다.


'하데스타운'은 비슷한 또래의 두 여성 창작진이 뭉친 수작이다. 극작·작곡·작사를 도맡은 아나이스 미첼의 동명 앨범을 극화했고, 미국 연출가 레이첼 챠브킨이 연출을 맡았다.


2019년 '73회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작품상·연출상·음악상 등 총 8개 부문을 거머쥐었고, 작년 '제62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고 뮤지컬 앨범상을 받은 이 작품은 두 창작진의 가치관과 신념을 무대 위로 소환한다.


이들은 에우리디케를 험난한 세상 속 '생존자'로 봤다. 보통의 뮤지컬에서 여주인공에게 요구되는 내지르는 '벨팅(진성)' 창법이 아닌, 알토 목소리의 온화한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이 역할은 단단함을 보여준다.


결말은 우리가 아는 신화의 그 내용이다. 하지만 결은 다르다. 오르페우스는 감동적인 연주로, 하데스로부터 이승 세계로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자신을 뒤쫓아오는 에우리디케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조건을 지키지 못해, 결국 그는 아내를 잃고 만다.


여기서 확연한 부정문으로 귀결되지 않는 것이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미학이다. 에우리디케를 잃었으니 부정은 부정이다. 하지만 '삶이 끝나다'는 부정이 아닌, '삶이 전적으로 없어지지 않았다'는 부정문이다. 그 부정은 현실이 옳지 않다는 판단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을 나아가기 위한 한발 후퇴의 부정이다.


삶에 대한 찬가는 성스러운 긍정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신선한 이야기에서 새 진리를 발견하는 이야기도 있고, 익숙한 것에서 구원을 찾는 이야기도 있다. 미첼과 챠브킨은 우리에게 주어진 걸로, 고유한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낸다.


삶에서 '함정'처럼 느껴지는 것이 '시험'이 될 수 있고, 그것이 우리의 의지에 따라 가능성의 세계가 되는 이유다. 마지막에 극 첫 장면 '지옥으로 가는 길Ⅰ'이 다시 반복되는데, 처음보다 훨씬 더 희망으로 눈부시다.


이를 통해 '하데스타운'은 사계절, 삶의 순환을 이야기한다. 오르페우스와 등장 인물들이 끊임없이 걷는 턴테이블 무대(회전무대)가 증명한다. 지하든 지상이든 연인들은 항상 걷고, 뛰는데 그걸 지탱하는 턴테이블은 봄·여름·가을·겨울 즉 우리 삶에 대한 은유다.


아울러 이 뮤지컬에서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건 음악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음유시인이 주인공이니 당연하다. '뉴올리언스 재즈'를 기반으로 한 건 놀라운 아이디어다.


미국 뉴올리언스는 재즈의 본고장으로 통한다. 트럼본 등 관악기가 주된 선율을 이끄는 이 재즈 장르는 유럽과 현지인의 혼혈인 '크레올'의 음악, 흑인들 노동가이자 영가인 '블루스', 그리고 프랑스 군대가 연주한 등 행진곡 다양한 인종의 여러 음악이 혼합됐다.


오르페우스 역은 조형균·박강현, 에우리디케는 김수하, 헤르메스는 강홍석, 페르세포네는 박혜나, 하데스는 양준모·지현준도 맡았다. 오는 2022년 2월27일까지 LG아트센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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