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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가을을 어루만지다
  • 호남매일
  • 등록 2021-10-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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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가을이 어디쯤 오는 것일까? 가을이 오다가 멈추어버린 것 같다.


10월이 왔는데도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낮 온도는 여름 날씨다. 가을을 찾아 북쪽으로 달렸다. 이른 아침에 기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 지인과 함께 강원도 철원 땅을 향해 달렸다.


강원도 철원 고석정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밟아본 땅이다. 지구본을 들고 대한민국을 찾아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나라다. 하지만 내 발길이 머물지 못한 우리나라 땅을 보면 대한민국도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가을을 기다리다 가을을 찾아 북쪽으로 향했건만 햇살이 강렬하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자연을 벗 삼아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이 즐겁다. 코로나 상황에 자연이 펼쳐지는 곳에서 가족과 함께 가을 나들이에 나서는 시민들은 간식과 도시락을 펼쳐 놓으며 더디게 오는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 고석정 벌판에 꽃밭이 펼쳐져 있다. 넓게 펼쳐진 공원에는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인 자리에 분홍바늘꽃, 맨드라미, 백일홍, 코스모스, 구절초, 천일홍, 아마란스 꽃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연휴를 맞이해 꽃길 산책을 나온 가족들이 꽃밭에서 사진을 찍는다.


부모님 모시고 나온 산책길에 꽃보다 아름다운 미소를 날리며 삼삼오오 길을 걷는다. 여기저기 깨알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코로나 상황이지만 가족끼리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장거리 여행에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피곤한 몸도 풀린다. 고석정 꽃밭을 지나 삼부연 폭포로 향했다. 삼부연 폭포는 그림으로만 보던 폭포를 직접 볼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즐겁다.


강원도 철원군 명성산 중턱에 차지한 삼부연 폭포는 철원 팔경중 하나다. 삼부연 폭포는 가는 길에 보랏빛 꽃이 길가에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폭포를 보려면 얼마만큼 걸어야 할까나 내심 걱정하고 갔는데 큰 길에 주차를 하면 바로 삼부연 폭포를 볼 수 있다.


가을빛을 담은 물빛이 흘러내리는 폭포를 본다. 하늘이 맑다. 가을이라 물의 양이 많지는 않지만 폭포가 갖는 웅장함이 있다.


삼부연(三釜淵)폭포는 다음백과에 의하면, ‘궁예가 철원을 태봉의 도읍을 삼을 때 이 소에 이무기가 살고 있었는데 그 중 3마리가 용이 되어서 올라가면서 가마솥 모양의 흔적을 남겼다고 한다. 이 가마솥을 닮아 못이 세 개가 있어 이름이 붙여졌다. 가마솥은 노귀탕, 솥탕, 가마탕으로 불려지고 있으며 1000년 동안 아무리 심한 가뭄에도 물리 말라 본적이 없어 기우제를 지내왔던 곳으로 유명하다.’ 는 기록을 보면서 폭소소리를 듣는다.


삼부연 폭포에서 귀를 기울인다. 아직 오지 못한 가을의 소리가 들려오는듯하다. 삼부연 폭포의 물줄기를 따라 솥 모양을 찾아본다.


가마솥에 밥을 하면 많은 사람들의 배를 채웠을 것을 생각하면서 항아리, 독보다는 솥 모양으로 이름을 지은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


폭포 앞에서 가을의 소리를 기억하며 폭포를 빠져나와 한탄강 잔도 길로 향한다. 정확한 정보 없이 왔더니 잔도 길은 추석 때만 잠시 개방을 하고 11월쯤에나 개방을 한다고 한다.


한탄강 길을 따라 이어지는 잔도 길을 볼 수 없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남겨두고 뒤돌아서 포천 산정호수로 향한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에 포천 산정호수로 향했다. 서울까지는 기차를 이용하고 먼 곳에 오신 손님을 위해 하루 품팔이를 해준 벗이 고맙다.


남도 땅에서 온 벗을 위해 평소에 올 수 없었던 장소를 이동하면서 여행시켜주는 벗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고맙다.


산정호수에서 길을 걷고 노을이 지는 숲에 앉아서 차를 마신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어지자 호수에 어둠이 스며든다.


박웅현의 ‘다시, 책은 도끼다’에 있는 주자의 ‘은구재’ 시 한편이 생각나는 고요한 시간이다. ‘새벽 산장에 숲 그림자 드리우고/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드니 계곡 물소리 듣는구나./ 이렇게 고요히 깃들어 사니 다시 무엇을 구하겠는가./ 그저 말없는 가운데 도는 더욱 깊어지누나.’


그저 말없이 물멍, 노을멍 하면서 평안한 마음이 깃든다.


광주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노을이 지는 저녁 무렵에 북쪽의 포천 석천호수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깊은 밤에 송정리역에 도착하였다. 선선한 바람이 분다. 북쪽의 바람이 여기에 머물고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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