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연중 최저가로 추락했다. 삼성전자는 7만원 선을 위협받는 처지가 됐고 SK하이닉스는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0만원을 내줬다. 코스피가 반년 만에 3000선을 하회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경우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 변동성이 완화될 것이라며 매수를 권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말부터 주가 반등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000원(1.38%) 내린 7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7만1400원까지 떨어지면서 작년 12월 4일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렸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달 27일 이후 지속적으로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상반기만 놓고 보면 현재까지 수익률은 마이너스(-) 10.5%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2100원(2.10%) 내린 9만79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연중 최저가로 밀려난 것으로 종가 기준 주가가 9만70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1월30일(9만7500원)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이들의 주가가 부진한 것은 지난밤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5% 급락한 영향으로 보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81.13(2.49%) 내린 3180.06에 장을 마쳤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세계 반도체 경기 지표로 통해 반도체 업종의 주가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여기에 D램 가격이 내년 초까지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서 당분간 주가 상승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시장 참가자들의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증권가의 시각은 다르다. 삼성전자의 겨우 견조한 실적을 통해 주가 변동성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고객사의 메모리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 협상력 저하 가능성과 반도체 사이클 피크 아웃 우려 등으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반도체 사이클은 과거 B2C 제품(PC, 노트북, 모바일) 중심의 변동성 큰 다운 사이클과 달리 ▲메모리 공급사의 낮은 재고와 제한적 공급능력 ▲내년 2분기 인텔의 신규 CPU 출시에 따른 서버 교체 주기 발생 등이 예상돼 B2B(서버) 중심의 기업향 수요가 새롭게 확대되며 과거 대비 실적 변동성이 한층 완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은 변화되고 있는 메모리 사이클에 초점을 맞출 때라는 조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중국의 전력난으로 인해 산업 전반적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 감소와 DDR5 효과를 반영해 삼성전자의 내년 반도체 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18.7% 상향한 37조7000억원으로 변경한다"면서 "올해 및 내년 전사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4.9%, 19.4% 상향한 53조9000억원과 63조원으로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익의 질이 변하는 초기 구간 진입하고 있다. 바이앤홀드(Buy & Hod)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다음 달까지는 매수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4분기부터 둔화되기 시작해 내년 2분기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18만원에서 14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지난 3년 간의 주가 패턴을 살펴보면, 주가가 디램 가격을 6개월 이상 선행하고 있어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수 시기는 11~12월로 제시한다"면서 "인텔 낸드 사업 인수 관련 승인이 마무리된다면 더욱 긍정적이며 연말 메모리 기업들의 설비투자 계획이 구체화되는 시점부터 주가는 이미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다른 시총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시퍼렇게 물들었다. 셀트리온이 12% 넘게 떨어졌고 카카오뱅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각각 8%, 7%대 급락세를 연출했다. 그외 NAVER(-3.01%), LG화학(-2.99%), 카카오(-4.72%), 삼성SDI(-3.82%) 등 대부분의 대형주가 줄줄이 하락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12% 넘게 급락했고 셀트리온제약이 10% 넘게 떨어졌다. 에코프로비엠(-2.66%), 에이치엘비(-5.41%), 카카오게임즈(-2.31%), 알테오젠(-1.82%), 씨젠(-6.83%) 등도 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