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대한민국이 가을 꽃 잔치다. 여기저기 꽃이 활짝 피었다. 활짝 핀 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다.
백일홍, 코스모스, 해바라기, 댑싸리, 핑크 뮬러, 구절초등 가을을 맞이하여 온 들판에 꽃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남도 땅 장성 황룡강에도 꽃이 활짝 피었다. 황룡강 산책길을 다녀온 분이 사진을 올려 주셨다.
강변을 따라 쭉 펼쳐진 꽃을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많은 사람들이 강변길을 걸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정성스럽게 꽃을 심어놓은 손길이 고마운 가을날이다.
순천에 사는 벗은 코로나 상황이 계속되면서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없다. 교육현장에 있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의 사회적 거리를 지키면서 사는 세월이 벌써 2년이 되었다.
혹시나 바깥 활동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까봐 여행도 못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커피매장도 갈 수 없는 삶을 살다보니 인생에서 2년을 뺏겨버린 것 같다고 한다.
코로나 펜데닉 상황이 계속되면서 외출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 각자의 삶의 위치에서 직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그들의 삶은 거룩하다. 좀 불편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자세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다.
꽃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림책 한권이 생각난다. 바버라 쿠니의 ‘미스 럼피우스’라는 그림책이다.
어머니가 화가였던 바버라는 미스 럼피우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림책을 살펴보면 앨리스는 “할아버지에게 세상을 여행을 할 거에요.” 그리고 “나이가 들면 바닷가에 집을 짓고 살 거에요.” 라고 한다. 이때 할아버지는 한 가지 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 이다.
앨리스는 어른이 되자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바닷가에 집을 짓는다. 이제 앨리스는 마지막 일을 해야 한다는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킨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 이다. 허리가 아파 누워 있었던 럼피우스는 자신의 마당에 핀 루핀 꽃을 보게 된다.
이듬해 병이 낫게 되자 럼피우스는 여름내 내 호주머니에 루핀 꽃씨를 뿌리고 다닌다. 개울가, 도랑, 언덕, 여기저기에 꽃씨를 뿌린다.
마을 사람들은 럼피우스를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듬해에 온 마을에 핀 아름다운 루핀 꽃을 보자 모든 사람들은 행복해 한다. 미스 럼피우스는 세 번째 약속을 지킨 것이다.
미스 럼피우스는 첫째, 둘째는 자신을 위한 일이지만 세 번째는 공동체를 위한 일이다.
충북 청주에 구절초의 사연이 올라왔다. 8년 전 치매를 앓던 노모를 위해 마을에 심었던 구절초가 군락을 이루었다. 아름다운 구절초 꽃밭이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코로나 상황에 넓은 꽃밭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꽃밭을 본 사람들은 코로나 때문에 답답했는데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꽃을 보니까 기분이 상쾌해졌다”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처음에는 치매를 위한 어머니를 위한 꽃밭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꽃밭은 가꾼 아들도, 마을 사람들도 행복했을 것으로 본다.
나주에 사는 지인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1년 내 가꾼 국화꽃을 마당에 전시를 한다는 소식을 보내 주었다.
지인은 나주에 살면서 마당에 꽃을 가꾸면서 길가, 도로가에 꽃씨를 뿌린다. 봄이면 데이지, 양귀비가 피어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여름이면 접시꽃,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예쁘게 피어 있다. 겨울에도 하얀 눈꽃이 소나무에 걸려 있다.
꽃길을 지나가던 마을 어르신이 “길이 이렇게 예쁘니 얼마나 좋아요.” 라는 말에 “허허” 라고 답한다. 1년 내내 이집 마당에는 꽃이 지지 않는다. 꽃도 다양하다. 이름도 모르는 꽃이 피어 있어 물으면 친절하게 알려 준다.
학교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꽃씨를 뿌리며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좋아하는 지인은 자신을 위한 삶도 되지만 세상을 더 아름답게 일을 한 것이다.
남아 있는 땅에 채소, 곡식을 심으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공동체를 위한 일을 한 것이다.
가을이 완연해질 무렵이면 석양이 지는 시간에 커피 한잔 들고 이 집 마당을 찾아보려고 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에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함께 하는 것, 아름다운 세상을 같이 봐주는 마음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