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한 '민주 경찰 영웅' 안병하 치안감의 33주기 추모식이 광주에서 처음 거행됐다.
안병하기념사업회는 9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경찰국 일원에서 '80년 5월 전남도경 국장 안병하 치안감 33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안 치안감이 1980년 당시 근무했던 광주에서 열리는 첫 추모식이다.
이날 행사엔 안 치안감의 유족인 부인 전임순 여사, 아들 안호재씨를 비롯해 이용섭 광주시장, 윤병태 전남도 정무부지사, 박상훈 전남경찰청 경무기획정장과장, 조장섭 광주 동부경찰서장, 임종배 광주보훈청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5·18당시 광주 참상을 널리 알린 외신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취재 여정을 동행한 택시기사이자,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진 김사복씨의 아들 김승필씨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행사는 식전 공연 진혼제 씻김굿, 약력 소개, 유족 인사, 추모사, 추모 헌서,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안 치안감의 아들이자 안병하인권학교 대표인 안씨는 "41년 전 안병하 (전남경찰)국장이 공직자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고 공직자 명예를 지킨 전남도경찰국 앞에서 추모식을 하게 돼 감개무량하다"면서 "부친은 8년간 고문 후유증으로 투병하며 힘이 없어 광주시민·부하를 지키지 못했고 가장으로서 역할을 못해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며 괴로워했다"고 했다.
이어 "부친과 80년 전남도경찰국 참모들의 업적을 재평가하고, 정신을 계승하도록 조그마한 기념비를 세워야 한다고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정당한 예우를 해주시길 바랍니다"로 호소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우리는 위대한 영웅 한 분을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모였다. 1980년 5월 당시 서슬퍼런 군부 독재에 맞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며 시민들의 목숨과 경찰 명예를 지켰다"고 추모했다.
또 "정의롭고 옳은 길만 걸었던 고인의 숭고한 뜻은 자유·평화·정의와 민주주의로 살아 숨쉬고 있다. 고인을 기억하고 그 뜻을 이어가겠다"면서 "유족의 당부가 실현되도록 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모사가 끝난 뒤 서화가 정행진씨는 대형 붓글씨로 '민주경찰 안병하'를 적어 안 치안감에 추모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추모식은 유족들을 시작으로 행사 참석자, 시민 순서로 헌화·분향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안 치안감은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뒤 중령으로 예편, 1963년 치안국 총경으로 특채돼 경찰에 임용됐으며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경찰국장으로 재직했다.
당시 그는 시민들의 희생을 우려해 시위 진압 경찰관의 무기 사용·과잉 진압 금지를 지시했다. 이후 신군부 지시에 불복했다는 이유로 보안사령부로 연행돼 고초를 겪고 면직된 뒤 고문 후유증으로 8년간 투병하다 1988년 순직했다.
이후 안 치안감의 민주경찰로서의 면모가 역사적으로 재조명되면서 2002년 5·18민주화운동유공자로 선정됐다. 또 2005년엔 서울 국립현충원 경찰 묘역에 안장됐으며 2006년 순직을 인정 받아 국가유공자가 됐다.
2015년엔 국가보훈처 선정 6.25 전쟁 영웅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안 치안감이 경찰의 명예와 시민 보호의 경찰 정신을 끝까지 지켜낸 것으로 평가하고 지난해 11월 국무회의를 거쳐 별세 당시 '경무관'에서 한 계급 높은 '치안감'으로 특진 추서했다. 경찰청은 안 치안감을 경찰영웅 1호로 선정했다.
'80년 5월 전남도경 국장 안병하 치안감 33주기 추모식'은 오는 10일 오후 3시30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경찰 묘역에서도 열린다.
한편, 이번 추모행사는 안병하기념사업회, 안병하인권학교, 김사복추모사업회,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대한민국경찰유가족회, 안병하를 사랑하는 사람들, 법치 민주화를 위한 무궁화클럽, 국가공무직노동조합, 경찰청 공무직노동조합 등 9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다.
/김용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