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다. 반면 '향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75% 수준으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지난 7월부터 경제, 소비 지표가 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 등으로 미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면서 코스피 3000이 무너지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를 고려해 두 달 연속 인상하기 보다는 금융시장 안정에 더 중점을 두고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9월 수출액은 반도체 호조가 이어지면서 1년 전보다 16.7% 증가한 558억3000만 달러로 집계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일평균 수출액도 26억6000만 달러로 집계돼 무역 역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총수출액과 일평균 수출액 모두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여전히 1000명대에서 머물고 있는 등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전날보다 1347명 증가한 33만4163명이다. 4차 유행은 7월7일부터 98일째 네자릿수 규모로 이어졌다. 연휴 기간 늘어난 이동량과 연휴 직후 검사량이 급증하는 점을 고려하면 확진자 수는 이번 주 중후반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조치도 이달 17일까지 2주간 연장 시행하는 등 완화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산업활동동향 등 경제지표도 부진을 보이고 있다. 8월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1.8(2015년=100)로 전월대비 0.2% 줄었다. 올해 4월(-1.3%), 5월(-0.2%) 연속 감소한 후 6월 1.6%로 반등했으나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된 7월(-0.6%)에 이어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7월부터 대면 서비스업이 둔화된 영향이다.
8월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도 118.5(2015년=100)로 전월대비 0.8% 줄면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름 휴가 특수가 사라 지면서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가 전월대비 2.0% 줄어든 탓이다.
취업자 수 역시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고, 특히 30대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어 아직 온기가 부족하다. 8월 취업자 수는 2760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1만8000명(1.9%) 늘었다. 취업자수는 올해 3월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뒤 6개월 연속 증가했으나 증가 폭은 줄어들고 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취업자수가 37만7000명 늘어나는 등 30대(-8만8000명)를 제외한 20대(13만7000명), 40대(1만1000명), 50대(7만6000명) 등 전 연령층에서 취업자수가 늘었다. 30대 취업자수는 18개월째 감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