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경기회복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번 금통위 때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지난 8월 금리인상을 하면서 통화정책의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다"며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여러가지 대내외 여건 변화가 금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경기회복 흐름이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지 짚어볼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한 가운데 임지원, 서영경 위원 2명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내놨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임기 내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기준금리 조정은 경제, 금융 등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지 총재의 임기와 결부 시킬 필요는 없다"면서도 "물가 흐름세가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금융불균형도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 통화정책은 이런 경제 상황의 개선 정도에 맞춰서 완화 정도는 적절히 조절해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또다시 강조한 한 것이다.
이 총재는 또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실질 기준금리 등 금융 여건은 여전히 완화적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8월 기준금리 인상을 긴축 기조로의 전환으로 볼 것이 아니라 완화 정도를 소폭 조정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 금리 인상 후 시장 금리나 여수신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경제주체들의 차입 비용이 증대되면 과도한 수익 추구 행위, 특히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 성향은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간 금융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상당폭 누적돼 와 한 차례 금리인상만으로 정책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본다.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만 금융분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건전성 정책이나 주택 관련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경제주체들의 위험 선호나 과도한 차입에 의한 수익추구 행위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어 거시 건전성 규제가 지금보다 더 강화되더라도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유지되면 어느 정도 제약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지금처럼 금융불균형 정도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거시건전성 정책도 중요하고, 통화정책도 거시건전성 정책에 맞춰서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지난 8월 전망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 2.1%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국제유가가 지난달 예상 수준을 넘어 최근 배럴달 80달러 수준으로 높아졌고,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만약 유가를 비롯해 에너지 가격이 더 지속되거나 높아진다면 유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8월 전망 수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현상들이 팬데믹 이후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도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률 자체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견실한 흐름 이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하자는 서영경 위원의 의견에 대해서는 "소비자물가 중 가계 소비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 차지하는 주거비 부담을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자가주거비를 포함할 필요성은 타당하다고 본다"면서도 "자가주거비를 반영하게 되면 소비자물가 변동성이 지금보다 훨씬 확대되는 현실적 제약 요인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반영하는 이슈에 대해 좀 더 검토하고 논의를 해 결론을 내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며 원·달러환율이 장중 1200원대를 돌파한 것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국내외 리스크 요인이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적절한 시장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방향문 문구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점진적'에서 '적절히'로 바뀐 것과 관련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연속으로 하고 안 하고는 과거의 관행이 문제가 아니라, 그때 그때 상황이 중요한 것"이라며 "경제 성장, 물가, 금융불균형, 대외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보면서 그에 맞는 통화정책 운용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8월 회의에서는 "점진적으로 통화정책을 정상화 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소수의견이 두 명 나온 것과 관련 이 총재는 "소수의견을 낸 것은 여러가지 상황 볼 때, 지금이 인상하는데 적기라고 판단하는 의견을 나타낸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번 달은 동결하지만 다음 달에는 이런 상황을 짚어보고 다음 상황이 금통위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 추가 인상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는 게 오늘 회의 다수의 견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