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가을이 성큼 다가 와버렸다. 계절은 가을에서 늦가을로 아직 인데 우리는 깊은 가을 속으로 몰아 부쳤다. 숨겨진 겨울 옷을 꺼내놓고 정리하지 못한 여름옷을 한쪽 귀퉁이에 밀쳐놓았다. 모두들 바쁘게 가을과 겨울 사이를 맞이해야 한다.
들마다 미처 거두지 못한 가을 곡식이 밭과 논을 가득 메꾸고 있다. 쌀쌀해진 날씨에 작물이 걱정이 된다. 광주 근교에서 작은 농사를 짓고 있는 벗에게 마당에 있는 국화꽃 안부를 물었다. 머지않아 꽃이 활짝 필거라고 한다. 국화꽃이 활짝 피면 그 집 마당을 밟아볼 생각을 하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국화꽃 안부를 묻다가 길가에 핀 쑥부쟁이 꽃을 본다. 언제보아도 사랑스럽다. 들에 두고 보아야 예쁜 꽃, 집안에 들이면 생명력을 잃어버린 꽃이 바로 쑥부쟁이 꽃이다. 안도현 시인은 ‘무식한 놈’ 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표현을 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시를 읽으면서 절교를 당하더라도 가슴이 따스하다. 가을 들길을 걸을 때 쑥부쟁이를 알아봐주는 눈을 기억한다.
대학 여름 MT때 기억이다. 장성 입암 산성을 오르는 길에 들꽃이 예뻐 꺽었다. 지나가던 등산객이 말했다. “당신들이 꽃인데 왜 꽃을 꺽나요?” 갑자기 부끄러워 살며시 꽃을 내려놓았다. 그때는 몰랐다. 젊음이 꽃이라는 것을, 그리고 꽃은 그 자리에서 보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이제는 아는 세월을 살았다.
최근 오징어 게임에서 일남 할아버지 역할을 했던 오영수 배우가 분이 ‘놀면 뭐하니?’ 유재석과 인터뷰를 하였는데 이런 말을 하였다. “산속을 가다 꽃이 있으면 젊을 땐 꺽어 가지 않나. 내 나이쯤 되면 그대로 놓고 온다. 그리고 다시 가서 본다. 그게 인생 아니겠냐. 그냥 있는 그대로 두는 것......” 우연히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그 말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은 감정의 공유다. 감정의 공유는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오징어 게임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었다.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오징어 게임은 긍정이던 부정이던 대한민국 전래 놀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주었다. 우리의 놀이는 마당놀이 문화다. 마당에서 딱지치고, 구슬치기, 숨바꼭질 등 특별히 많은 준비물이 필요 없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마당에 선만 그려서 놀아도 된다. 그 놀이가 오징어 게임, 사방치기 게임이다.
우리의 놀이는 지혜가 숨어 있다. 땅따먹기라는 게임이 있다. 원을 그려 놓고 작은 돌멩이를 손가락으로 쳐서 내 땅을 확보한 다음에 다시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내 땅을 점점 넓혀가는 게임이다. 이때 손과 눈의 협응력, 감각적인 손놀림을 잘하는 사람이 땅을 많이 확보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명심한 것은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땅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힘껏 손가락으로 돌멩이를 치면 원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렇게 되면 한번 쉬어야 한다. 욕심을 부리면 갖고 있는 것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놀이 문화는 삶과 지혜를 엿볼 수 있으면 놀이 속에서 서로에 대한 울림을 느낄 수 있을 때 효과적인 놀이 활동이 될 수 있다. 어릴 적 기억이다. 방학이면 하루 종일 친구와 돌멩이를 이용한 놀이를 해도 지루하지 않았다. 돌멩이를 가지고 놀다가 심심해지면 숨겨 놓고 찾기 놀이를 하며된다. 놀이 안에서 또 다른 놀이방법을 찾으면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러한 놀이를 이용해 감정 놀이 활동을 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감정놀이에 있어서 가장 좋은 놀이방법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감정의 용어를 사용해서 놀이를 해 보는 것이다.
전래 놀이를 응용을 해 보는 놀이가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감정 꽃으로 바꾸어서 놀이를 해보아도 좋다. 게임의 규칙은 같다. ( ) 꽃이 피었습니다. 에 감정의 단어를 넣은 것이다. 예를 들어 (기쁨) 꽃이 피었습니다. 라고 말하면 술래는 기쁨의 표정을 짓는 것이다. 이때 감정의 표현을 하지 않은 사람이 다음 술래가 된다.
오늘은 감정 꽃을 피워보자. 코로나시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정 꽃을 피워 따스한 울림을 주자. 쑥부쟁이 꽃을 몰라도 무식한 놈을 듣더라도 “저 꽃이 무슨 꽃이지?” 라고 묻는 서로에게 감정 꽃을 피우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