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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격서(聲東擊西)
  • 호남매일
  • 등록 2021-10-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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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쪽을 향해 소리치고 서쪽을 공격한다

/이정랑 중국고전 평론가


‘성동격서’의 사상은 많은 옛 서적에 언급되어 있다. 이것은 대부분 군사적인 면을 가리키는 것이었으나 점차 다른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와 관련된 말은 전국시대 한비자가 정리했다는 ‘한비자’ 「설림 說林」에 처음 나온다.


“지금 초나라가 군대를 일으켜 제나라를 친다고 하는 것은 소문일 뿐이고, 사실은 우리 진(秦)나라를 침공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한 방비를 서두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이에 강공(康公)이 동쪽 변경의 수비를 명령하니, 초가 제를 치겠다던 움직임을 멈추었다.


서한 시대 유안(劉安)의 ‘회남자’「병략훈 兵略訓」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용병의 이치는 부드러움을 보이고 강함으로 맞이하는 것이며, 약함을 보이고 강함으로 틈을 타는 것이다. 숨을 들이쉬기 위해서 숨을 내뿜듯, 서쪽에 욕심이 있으면 동쪽에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육도’ ‘무도(武韜)·병도(兵韜)’에서는 “서쪽에 욕심이 있으면 동쪽을 기습한다”고 했다.


‘백전기법’ ‘성전(聲戰)’에서는 “동쪽에서 소리치고 서쪽을 공격하며 저쪽에서 소리치고 이쪽을 공격하여 적으로 하여 어디를 지켜야 할지 모르게 만들면, 내가 공격하는 곳은 적이 지키지 않는 곳이 된다.”고 했다.


또 ‘역대명장사략’ ‘오적(誤敵)’에서도 “동쪽에 욕심이 있으면, 서쪽에 모습을 드러내고, 서쪽에 욕심이 있으면 동쪽에 모습을 드러낸다. 진군하고 싶으면, 물러나는 것처럼 보이고, 물러나고 싶으면 진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당나라 때 두우(杜佑)가 편찬한 ‘통전’ ‘병전(兵典)’에도 “동쪽을 치겠다고 떠들어 놓고 사실은 서쪽을 친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36계’에서는 ‘성동격서’를 ‘승전계’ 제6계에 배치해 놓았다.


‘통감기사본말’ ‘칠국지반(七國之叛)’에 기록된 사례를 보자.


서한 경제(景帝) 때, 오·초 등 7국이 반란을 일으켰다. 한의 장수 주아부(周亞夫)는 창읍에 주둔하면서 나가 싸우지 않았다. 오군은 ‘성동격서’의 계략으로 짐짓 성의 동남쪽을 공격하는 척하며 실제로는 서북쪽을 공격하고자 했다. 주아부는 상대의 계략을 간파하고 서북쪽을 단단히 지키라고 명령했다.


아니나 다를까? 과연 오군은 성 서북쪽을 공격해왔다. 오군은 계속된 공격으로도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자 사기가 떨어져 후퇴하고 말았다. 주아부는 때를 놓치지 않고 정예병으로 추적하여 오군을 크게 무찔렀다.


‘후한서’ ‘잠팽전(岑彭傳)’에는 이런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동한의 광무제는 지방 세력을 통일하기 위해 잠팽(岑彭)으로 하여 남군(南君-지금의 호북성 강릉)의 진풍(秦豊)을 정벌하도록 했다. 잠팽이 이끄는 3만 군대는 하남 등현(鄧縣)에서 진풍과 대치했다. 그러나 전투 상황은 좀처럼 진전이 없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판이었다.


광무제는 사람을 보내 잠팽을 문책했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물러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후방으로부터 문책까지 당하는 씁쓸한 처지가 된 잠팽은 문득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냈다.


그는 밤중에 병력을 결집해놓고 서쪽 산도(山都-산도 호북성 양양 서북) 쪽으로 진공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는 일부러 포로들을 풀어주었다. 이는 물론 포로들로 하여금 이 소식을 진풍에게 전달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소식을 접한 진풍은 전군을 소집해 산도 쪽으로 진군했다. 이 틈에 잠팽은 동쪽의 면수(沔水-한수)를 건넜다. 뒤늦게 이를 알아 챈 진풍이 급히 군대를 되돌렸으나 잠팽에게 격파당하고 말았다.


‘성동격서’는 고의로 어떤 태세를 취하여 상대를 현혹한 다음 ‘기계(奇計)로 승리를 거두는’ ‘출기제승(出奇制勝)’의 계략이다. ‘성동격서’는 기본적으로 적에게 착각을 주는 방법으로 인식되었지만, 점차 새로운 내용이 첨가됨으로써 더욱 발전된 전략·전술이 되었다.


‘성동격서’는 역대 군사 전문가들이 잘 알고 또 흔히 활용한 계략이기 때문에 쉽게 간파당할 수 있다는 약점도 있다.


‘후한서’ ‘주준전(朱雋傳)’을 보면 주준이 ‘성동격서’의 전략으로 봉기군 한충을 대파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는데, ‘후한서’를 편찬한 범엽(范曄)은 이 사실을 두고 “성동격서의 책략은 모름지기 적의 의지가 혼란스러운지를 잘 살펴서 결정해야 한다. 혼란스러우면 승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멸, 하기 십상이다. 이것은 위험한 책략”이라고 평했다.


따라서 이 계략을 성공적으로 운용하려면 반드시 적이 나의 정서를 헤아리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성동격서’를 기계적으로 운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자칫 잘못하면 ‘상대의 계략에 따라 계략을 이용한다’는 적의 ‘장계취계(將計就計)’에 걸려들어 함정에 빠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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