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면서 은행 대출 금리가 크게 치솟은 가운데 정기예금 금리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대금리차(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 격차)가 금리 인상 바람을 타고 또다시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29일 게시기준)를 보면 13개 1년짜리 정기예금의 세전 기준 평균 금리는 0.89%로 나타났다. 세후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 금리는 0.75%에 불과하다. 최고 우대금리를 적용받았을 때만 1%를 간신히 넘기고 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 8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고, 다음달 다시 기준금리를 연 1%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그간 가계부채 억제와 물가안정 등을 고려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다음달인 11월 금통위에서는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에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 중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소수의견과 이주열 총재 기자회견을 감안하면 11월 금통위에서는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될 전망"이라며 "이후 대선 전까지 금리 동결 후 대선 후 한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통해 내년 연말 1.25%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자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금리가 연 4% 중반을 돌파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치솟고 있다. 신용대출 평균금리도 연 4%를 넘기는 등 크게 올랐다. 아울러 지난 26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추가 대책 발표를 내놓자 은행들은 이에 앞서 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며 대출 조이기의 강도를 높인 바 있다. 때문에 대출금이 많은 서민들의 빚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편,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금융그룹들은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순이익이 일제히 지난해 순이익 규모를 넘어서는 등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자금수요가 많아져 대출자산이 크게 성장한데다 시장금리가 오르며 이자이익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4분기에도 금융지주들의 호실적은 이어지며 순이자마진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