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오지랖에 대해서
  • 호남매일
  • 등록 2021-11-02 00:00:00
기사수정

/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계절보다 먼저 오는 것은 계간지다. 가을 호 아동문학평론집이 도착했다. 책을 뒤적거리다가 동시 한편을 발견했다. 신지영 시인의 ‘생각차이’ 라는 동시다.


‘그만 하세요./ 남들이 보면 우리 욕해요/ 80먹은 부모 남의 일 시킨다고요./ 그만 하거라/ 남들이 보면 부러워할게다/ 80이 돼서도 일을 한다고’ 라는 시를 읽는다. 세상은 생각차이에 따라 다른 삶이 펼쳐진다.


간만에 여행을 하였다. 좋은 여행지에서 배경을 삼아 사진을 찍는다. 벗들도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다. 나이가 드신 어르신이 혼자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다. 그 모습을 보고 벗 중에 한명이 사진을 “찍어 드릴까요?” 묻는다. 순간 오지랖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S는 일명 오지랖이 넓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번 여행길에도 사과를 따는 농장주를 만나자 “사과를 사면 안 될까요?” 하면서 바구니를 들고 직접 사과를 딴다. 그 상황을 바라보면서 “아휴 저 오지랖” 이라는 말을 벗들이 동시에 했다. 다행이 S덕분에 산지에서 좋은 사과를 사고, 따는 체험을 해보았다.


‘오지랖’ 은 순수 우리말이다. 사전에 의하면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말하는데 오지랖이 넓으면 안에 있는 다른 옷을 감싸버릴 수가 있는 것처럼 사람이 주제넘게 어떤 잎에 앞장서서 간섭하고 참견하고 다니면 오지랖이 넓다.’ 는 말을 한다. 우리의 삶속에 오지랖은 때로는 필요하다.


장성 호 가을 길을 걸었다. 이른 아침 호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삶의 변화를 주기에 충분하기에 찻집을 향해 벗과 길을 걸었다. 장성 호 입구에서 입장료를 냈다.


입장료는 장성지역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쿠폰을 주었다. 가는 길에 도롱이 애벌레가 허공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호수 길을 걷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뒤 돌아보니 내 가방에서 떨어진 쿠폰을 보여 주었다. “감사 합니다” 하며 쿠폰을 줍는 순간 아주머니 옆에 있는 아들이 엄마를 툭 쳤다.


엄마는 가던 길을 그냥 갈 것이지 왜 그것을 알려 주냐는 아들의 작은 항의인 것 같다. 아주머니는 “이것 물건을 살 수 있는 교환권이잖아. 그러니까 알려줘야지.” 하면서 아들과 옥신각신 하였다. 작은 분쟁을 하는 엄마와 아들을 보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동시에 가졌다.


모자간의 상황을 보면서 세대 간의 공감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인간의 공감은 다르겠지만 Z세대와 X세대의 공감은 다르다. Z세대는 타인보다는 자신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이 물건에 대해 그냥 놔두지 그것을 꼭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Z세대는 타인의 삶에 개입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 세대는 남이 물건을 잃어버린 것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이 더 먼저인 것이다.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저것은 상품을 바꿀 수 있는 화폐인데 잃어버리고 가는 사람이 안타까워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모자가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일부러 목청을 높여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 목소리에는 모자의 가을길이 더 가벼워지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였다.


모자의 상황을 보면서 벗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엄마가 하는 행동이 오지랖일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은 오지랖이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삶을 살아가는 맛이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일상의 삶에서 남의 일에 낄까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낄낄빠빠’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자. 여행을 하다보면 사진을 찍게 된다. 그런데 혼자서 사진을 찍은 사람들을 보면 옆에서 찍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생각을 모르니까 접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괜스레 남의 일에 끼어들기 싫어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가을이 깊게 물들어가고 있다. 길을 걷다 물든 느티나무를 보면서 완숙하게 익어가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나뭇잎이 싹이 날 때는 연두 빛이다. 그런데 세찬바람, 뜨거운 햇살, 태풍에도 견디며 나뭇잎은 각자의 색으로 아름답게 물이 든다. 가을날 나뭇잎이 물들어가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때로는 오지랖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 오지랖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안쓰러워하며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하는 착한 오지랖이다.


가을날 나뭇잎이 물들어가는 것처럼 우리에게 착한 오지랖이 물들었으면 한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문화 인기기사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