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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동 참변 1년' 광주 스쿨존, 얼마나 달라졌나
  • 호남매일
  • 등록 2021-11-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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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도제한 노면표시, CC-TV, 교통신호기 등 속속 설치 높은 관심 불구 민식이법 이후 사고·과속 되레 증가 일부 관리상 허점, 시설물 혼란, 통학버스 등도 도마


"사고 이후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떨친 순 없네요. 등·하교 때면 꼭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요."



지난 5일 오후 4시께 광주 북구 운암동 대규모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에다 10여 개 학원까지 밀집해 있어 초등생은 물론 미취학 아동들이 거리 곳곳을 메웠다.



아이들 곁에는 어김없이 엄마나 아빠,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했다. 지난해 11월 8.5t 트럭이 네모녀를 덮쳐 두 살 바기 아이가 숨지고 유모차를 끌던 어머니 등 일가족 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참혹한 사고가 발생한 지 꼬박 1년이 지났지만, 현장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속도제한(시속 30㎞) 노면 표시와 표지판, 과속과 불법 주·정차 단속용 폐쇄회로TV, 교통신호기가 곳곳에 설치됐고, 당시 사고요인 중 하나였던 요철 횡단보도는 없애는 등 제2, 제3의 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일부 과속운행에 꼬리물기, 급정거나 경적음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유치원생 두 딸의 손을 잡고 건널목을 건넌 한 학부모는 "1년 전 크나큰 사고 이후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출·퇴근 러시아워나 등·하교 시간대면 시간에 쫓겨선지 속도를 높이는 차량이나 곡예운전하는 오토바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전동킥보드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 한 초등학교 이면도로. 스쿨존 주·정차가 전면 금지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한 쪽 갓길은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단속 카메라 사각지대엔 어김없이 얌체차량이 세워졌다.



차량들 사이를 아슬아슬 걷는 보행자 옆으로, 뒤로는 육안으로도 위반 사실을 알 수 있는 과속 차량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근처 50대 상인은 "인도가 없는 좁은 주택가 도로인데, 경계심이 덜한 아이들이 불쑥 튀어 나올 때면 급정거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도심에 위치한 S초교와 B중학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볼라드 사이를 비집고 학교 인근 인도에 버젓이 차를 세워둔 경우도 있었다.




'절대 안전지대'여야 할 스쿨존과 '걸어 다니는 빨간신호등'인 어린 보행자들이 여전히 위태롭다.



일반도로는 시속 50㎞, 스쿨존·주택가·이면도로는 30㎞로 제한하는 '안전속도 5030'과 지난해 3월 시행된 일명 '민식이법', 같은 해 11월 운암동 스쿨존 사고를 계기로 보행자 스쿨존에 대한 안전 의식과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사고와 과속은 되레 늘었다.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법률 일부 개정안'이 적용된 지난해 3월25일부터 12월말까지 광주지역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41건. 지난해 연간 통계치는 47건으로, 민식이법 적용 2년 전인 2018년보다 19건, 비율로 따지면 46%나 늘었다.



스쿨존 과속 적발도 2018년 1만2187건, 2019년 1만6980건, 2020년 2만2754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다. 광산구 정암초, 서구 만호초, 남구 송원초, 서구 주월초, 동구 산수초가 주요 5대 적발지다.



최근 5년간 광주지역 전체 교통사고 3만3000여 건 중 만12세 미만 어린이와 만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 만도 40%에 이른다.



관리상 허점도 적잖다. 광주시 감사위원회가 지난 2∼3월 스쿨존 580여 곳 중 최근 4년 새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한 61곳을 포함해 137곳을 대상으로 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253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보행로가 확보되지 않거나 횡단보도 표시와 신호등 설치가 미흡한 곳, 과속 단속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았다.



민식이법 시행 후 설치된 단속카메라 중 상당수는 무용지물이다. '행정 동맥경화'가 영향을 미쳤다. 9월 말까지 광주지역 스쿨존에 218대를 설치됐지만 30% 가량은 제때 단속현장에 투입할 수 없었다. 까다로운 인수검사와 인력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제한속도가 제각각이거나 시작점과 끝 지점이 중복되는 등 스쿨존 안전시설물이 잘못 설치돼 운전자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사례가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통학버스의 안전불감증도 숙제다. 교통안전공단 광주전남본부가 지난 8월 통학버스 360여 대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해봤더니 가시광선 투과율이 70%에 미치지 못하는 과도한 선팅과 소화기 미설치, 허술한 보호 표지 등으로 297대, 비율로는 81%의 차량에서 각종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광주시 이수동 보행교통안전계장은 7일 "안전한 도시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보행권을 확보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치단체, 교육청, 경찰 등 행정 파트에서도 광주형 시민실천 교통문화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협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기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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