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이 지난 6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집계가 나왔다. 부채비율이나 자산 등에서도 전체 연령대 중 우려가 가장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실업률과 물가상승률로 수치화하는 경제고통지수를 재구성해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청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7.2로, 2015년(22.2)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른 연령층에서도 올해 상반기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그 중에서도 청년층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청년층의 뒤를 이어 ▲60대 18.8 ▲50대 14.0 ▲30대 13.6 ▲40대 11.5 순으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 더 심해진 고용한파가 청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이끌었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재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이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지만 취업의지가 있는 이들 같은 경우 등 사실상 실업자를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25.4%로 30대(11.7%)의 2.2배, 40대(9.8%)의 2.6배에 달했다.
청년 체감실업률 추이의 경우 2015년 21.9%에서 2019년 22.9%로 4년간 1.0%포인트 올랐다가 이후 올해 상반기 25.4%로 2년 6개월 만에 2.5%포인트 증가했다. 물가상승세도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켜 청년 물가상승률(15∼29세 소비지출 비중을 반영해 산출한 비율)은 2018년 1.6% 이후 0%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상반기 1.8%로 급등했다.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지만 청년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청년(29세 이하)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지난해 기준 20.1%로 전체 평균(12.3%)의 1.6배였고 2015년 19.8%보다도 0.3%포인트 올라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악화됐다. 반면에 다른 연령대는 같은 기간 모두 폐업률이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 청년 개인사업자 비중이 높은 업종은 소매업(11.6%), 음식업(6.7%), 서비스업(5.5%), 대리·중개·도급업(5.4%) 순이었다. 이들 업종 역시 가게 문을 닫는 청년 비율이 가장 높은 실정이다. 청년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지난해 기준 소매업 24.1%, 음식업 19.4%, 서비스업 19.2%, 대리·중개·도급업 20.0%로 모두 전 연령대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청년들이 진입장벽이 낮은 소매업, 음식업 등의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경기불황, 최저임금 부담, 동종업계 경쟁 심화 등으로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생애 초기의 청년들이 영세자영업을 시작했다 좌절하게 될 경우 적절한 노동경험이 축적되지 못해 향후 노동시장에 정착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의 재무건전성도 악화되는 상황이다. 청년층(29세 이하 가구주)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15년 16.8%로 60세 이상(13.4%) 다음으로 가장 낮았지만 2017년(24.2%)을 기점으로 전 연령대를 제치고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32.5%)에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청년층의 부채 증가속도가 자산 증가속도보다 월등하게 빠른 데 따른 것이다. 청년층 부채는 2015년 1491만원에서 지난해 3479만원으로 연평균 18.5% 오른 반면, 자산은 8864만원에서 1억720만원으로 연평균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5∼2020년 중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청년층이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132만원 감소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우선적으로 기업규제 혁파, 고용 유연성 확보 등 민간의 고용창출여력을 제고해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