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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책과 함께 무르익기를
  • 호남매일
  • 등록 2021-1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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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이해인 시인의 ‘익어가는 가을’ 시를 읽는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 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가을에는 모든 만물이 잘 익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을은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가을에 책을 읽지 않는다. 가을은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에 여행을 많이 떠난다. 그리고 작물을 수확하는 시기다. 삶의 현장이 바쁘기 때문에 책을 읽는 여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을은 독서의 계절’ 이라는 캠페인과 함께 책 읽기를 강조한다. 가을에는 책 읽는 것도 잘 무르익었으면 좋겠다.


내 책상에는 책들이 즐비하다. ‘창조는 편집이다. 프리다 칼로, 들뢰즈 카프카, 김훈, 그림책 학교, 마음 챙김의 시, 베로니카의 눈물, 교직실무, 공간의 미래, 다시 책은 도끼다. 시대를 품은 미술, 여행의 이유, 417년, 근대의 탄생, 축의 전환… 등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책상위에 놓인 책 제목을 쓰다 보면 이 공간을 다 채울 정도다. 어디 이뿐인가? 식탁위에도 책이 즐비하다. 그 쪽에는 내 전공 서적이 쌓여 있다.


책들이 즐비하게 쌓여 있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 시간에 읽은 책이 몇 권이나 될까? 책을 좋아하고 책 소유에 대한 욕심도 많다.


그런데 정독을 한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영상 미디어의 출현으로 글을 읽는 호흡이 짧아졌다. 언제부터인가 긴 문장을 읽지 않게 되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에 맞추어 호텔 패키지상품은 호텔 안에 서점이나 라이브 도서관을 마련한 곳을 볼 수 있다. 평소에 책을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휴가를 이용해 사색을 즐기며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북캉스’ 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작은 도서관을 활용하는 북 프로그램이 활동이 많다. 시골에 한적한 곳에 책, 빵, 그리고 커피가 있는 공간이 만들어 휴식을 통해 책을 읽는 공간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코로나시기에 모처럼 휴식이 필요해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한권의 책을 준비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책을 읽으려는 시도다.


여행지에서 ‘시대를 품은 미술’ 책을 펼친다. 책속에 낙서를 한다. 낙서라기보다는 읽으면서 좋은 문장에 줄을 긋거나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따라 써본다. 책 메모장 보다는 책 빈 공간에 글을 써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대여하기 보다는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구입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어떤 책을 맛보고, 어떤 책은 그것을 삼키고, 어떤 책은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한다.’ 고 하였다. 이는 책 중에는 가볍게 읽어도 되는 것, 줄거리만 가려서 읽어도 충분한 것이 있는가하면 아주 드물지만 잘 이해라며 소화흡수 시켜야 하는 책도 있다는 것이다.


베이컨의 글을 빌리자면, 요즘에 책을 보는 방법은 간단하게 책을 훑어보며 맛만 볼 때도 있고, 책 내용을 삼키기 위해 몇 번을 책을 다시 보기도 하며 때로는 글을 써보는 것은 문장을 소화흡수 시키기 위한 책 읽기다.


좋아하는 책은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 또 보아야 하는 책이 내 책상에 즐비하다. 가끔씩은 책의 면지에 책을 본 날짜를 적어놓는다. 2000년도에 산책이 있다면 그 이후로 책을 본 날짜를 기록한다. 그 기록을 보면 얼마큼 책을 봤는지 알 수 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다 책을 펼쳐든다. 이진숙 작가의 시대를 품은 미술, 171페이지다. ‘사랑밖에 몰라’ 심수봉의 노래 제목이 주제다.


르네상스 시대가 지나고 네델란드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시민들의 삶의 디테일이 바뀌었다는 곳에서 흥미를 끌며 책을 읽는다. 재미있다. 가브리엘 메취가 그린 ‘의사의 방문’이라는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적고 있다.


‘여자는 의사 말을 짐짓 못들은 척 고개를 외로 돌리고 딴청을 한다. 네 병은 내가 안다. 그녀의 병은 상사병, 그 병에 필요한 건 의사의 처방이 아니다.’ 라며 그림에 대한 설명에 대한 책을 읽으면 흥미롭다. 책으로 만나는 그림여행이다.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이 즐겁다. 익어가는 가을에 좋은 책을 읽고 마음도 깊어졌으면 한다.


익는다는 것은 성숙된 자아를 찾은 시간이다. 가을에는 수확의 기쁨을 얻는 것처럼 책과 함께 잘 무르익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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