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그림책은 어린이들에게 삶의 지혜와 책 읽기를 즐겁게 해주는 매체이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대위 관계로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매체로 누구나 쉽게 공감하며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전달매체로 떠오르는 미디어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은 우리네 정겨운 삶이 그대로 그림책 속으로 들어와 있다. 스토리 속에 상상, 나눔, 배려, 따스함이 베여난다. 가족의 이야기와 함께 할머니의 삶이 이야기 속에 스며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에 백희나 그림책 할머니를 이야기해본다.
달샤베트 그림책이 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할머니다. 할머니는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이다.
그런데 백희나 작가는 우리시대의 소외계층인 할머니를 세대와 세대 간의 삶의 끈을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림책 주인공은 늑대 할머니다. 할머니가 베란다에서 부채를 들고 있는데 하늘에서 달물이 떨어진다. 할머니는 달물을 받아서 샤베트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또한 그림책 속에서 할머니는 생태계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림책 할머니의 캐릭터는 늑대다. 달이 녹자 집을 잃어버린 토끼는 늑대 할머니 집에 찾아온다.
이때 늑대와 토끼를 생각해 보자 늑대가 토끼를 잡아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토끼는 위험을 무릅쓰고 늑대 할머니 댁을 찾는다.
이것은 생태계를 회복하려는 약자인 토끼가 늑대를 만나 협상하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달샤베트 그림책에서 할머니는 공동체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협력과 나눔에 대한 메시지를 준다.
장수탕 선녀님에서는 선녀와 나무꾼에서 하늘로 못 올라가고 장수탕에 살고 있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오래된 장수탕에 살고 있는 할머니는 덕지를 만나 사연을 이야기한다. 덕지는 할머니와 장수탕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여기에서 할머니는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야쿠르트를 먹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덕지는 할머니가 함께 놀고 잠수를 가르쳐 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목욕이 끝나면 먹을 수 있는 야쿠르트를 할머니에게 건넨다. 여기에서 할머니는 따스하고 인자하며 아이를 사랑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알사탕’ 그림책은 동동이가 사탕을 먹으며 그 무늬를 닮은 사물이 말을 걸어온다. 분홍사탕을 먹는다. 그런데 아무리 먹어도 말이 없다. 사탕 안에는 풍선껌이 들어있다.
풍선껌을 불자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동아 할머니는 천국에서 여고 동창생을 만나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준다. 그림책 속에서 동동이의 엄마는 부재다. 아마 할머니가 동동이를 돌봐 주셨나보다. 동동이는 할머니를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풍선껌을 불려고 식탁아래 붙여 놓는다.
알사탕 그림책의 스토리는 마음을 쿵하게 만든다. 돌아가셨지만 할머니의 온전한 돌봄의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이상한 엄마’ 그림책 속에 할머니는 엄마가 직장에 갔을 때 돌봄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하늘나라에서 온 선녀의 이야기다.
엄마는 직장에 출근했는데 아이가 아프다고 학교에서 전화가 온다. 엄마는 이때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그런데 천둥번개로 하늘나라에 계신 선녀가 전화를 받는다. 선녀 할머니는 돌봄의 역할을 담당 하러 아이 집으로 온다. 이때 할머니는 각시 탈을 쓰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아이를 돌보아 주고 하늘나라고 다시 돌아간다.
생태유아교육연구에서 이영경, 김은주의 ‘백희나 그림책에 나타난 가족의 의미탐색’ 을 보면 조부모는 삶의 지혜로 품어주며, 전통의 지혜로 세대를 이어주는 사이의 존재로 보고 있다.
이러한 근거로 ‘할머니의 역할은 자녀와 아이로 매개되는 삶속에서 아이의 존재 특성과 함께 아이가 주체적 존재자로서 살아가는 공간이며 사랑의 의미를 생성해내고 사랑을 실천해 나가는 공동체에서 세대를 이어지는 실천적 역할’ 을 담당한다고 한다.
백희나 그림책 속의 할머니는 우리 사회의 참살이를 알려준다. 할머니의 역할은 돌봄과 사랑이 듬뿍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할머니의 존재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MZ세대들의 오로지 나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백희나의 그림책 속의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해 주고 싶다.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할머니의 사랑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가? 전통의 지혜로 세대를 이어주는 할머니, 거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