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전기요금에 대한 원가 반영 원칙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원가 변동 요인과 전기요금 간 연계성이 강화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에서 내년부터 원가주의 요금체계의 단계적 정착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기의 생산·거래·소비 전 과정에 공급비용이 요금으로 회수해, 가격기능 회복과 시장 혁신을 촉진하겠단 구상이다. 이는 '적정 원가 보상'이라는 공공요금 산정에 관한 원칙을 더욱 명확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연료비 증가분과 환경 관련 비용을 포함하는 총괄원가 기반의 전기요금 조정 기조가 강화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기요금은 요금에 연료 가격을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3개월마다 연료비 조정 단가의 조정을 검토한다.
그러나 지난 2·3분기에는 연료비 상승에도 불구 물가 인상 등을 우려해 제도 시행이 유보된 바 있다. 4분기 요금은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해 연료비 조정 단가를 전분기 대비 킬로와트시(kWh)당 3원 올렸다.
현재 kWh당 5.3원인 기후환비용 단가의 조정 여부도 주목된다. 기후환경비용은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RPS) 이행 비용, 배출권거래제도(ETS) 이행 비용, 정부의 석탄발전 감축 비용 등으로 구성된 기후환경비용이 포함된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는 단가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원가 인상 요인이 요금에 즉시 반영되면 한전의 적자 폭도 개선될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전망이다.
한전은 국회에 제출한 '2021~2025 중장기재무관리계획'에서 올해 영업손실 규모가 4조3845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올해 전기요금 총괄원가 회수율(총수입/총괄 원가)도 100%를 밑돌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전이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데 쓴 비용을 판매 수입으로 얼마나 회수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100%를 넘어야 남는 장사를 했다는 뜻이다.
한전의 원가 회수율은 2018년~2019년에는 100%를 넘기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는 저유가 기조로 구입전력비와 연료비가 줄어 100%를 넘겼다.
반면 올해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연료비·전력구입비가 폭등했다. 올해 1~3분기 누계 한전 자회사의 연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8965억원, 민간 발전사에서 사오는 전력의 구입비는 2조8301억원 늘었다.
다만 한전은 2022년부터는 연료비 조정 요금 반영 등을 통해 영업흑자 전환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료비 연동제 정착 외에도 재무개선 자구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감가상각비, 인건비, 설비관리 등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수반되는 전력공급비용 증가를 억제한다. 이를 통해 kWh 단위당 전력공급비율 증가율을 3.0% 이내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기차 충전 등 국내 신사업을 확대하고 해외 신규 사업 수주 노력도 이어간다. 중장기적으로 원가 기반의 요금체계를 지속 확대하고 계절별·시간별 요금제 확대, 수익자 부담원칙 망요금 개발 등에 나선다.
이를 통해 ▲2021년 1018억원 ▲2022년 2120억원 ▲2023년 3322억원 ▲2024년 4625억원 ▲2025년 6008억원 등 5년간 총 1조7000억원을 아끼겠다는 목표다.
물론 대외환경 변수 등으로 전기요금의 필요 조정률과 실제 조정률 간 격차가 커져 실적 개선이 더딜 가능성도 상존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연료비 연동제 정착 시에도 유가, 환율 등 복합적 요인은 한전 실적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