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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음료로 겨울나기
  • 호남매일
  • 등록 2021-12-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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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제주에서 귤을 보내 왔다. 껍질은 탱자처럼 딱딱하며 보기에 평소에 보는 귤 모양이 아니다. 귤 박스 안에 설명서가 들어 있다.


읽어 보니 곶자왈 최적의 천정지역에서 재배되었으며, 18년 이상 농약을 하지 않고 천연재료 사용한 귤이므로 보관방법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다.


마지막 문장이 다 의미 있게 다가왔다. “유기농 무 농약 감귤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껍질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껍질에 대한 반품은 불가합니다.”


대부분 귤은 껍질이 말랑말랑한데 탱자처럼 딱딱한 귤에 대한 설명이다. 싱싱한 귤을 껍질을 벗기려 하니 잘 벗겨지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자 숙성이 된 귤 맛은 좋았다.


겨울에는 제주의 귤 밭에 노란 귤이 대롱대롱 달려 있는 것만 보더라도 감성 제대로다.


몇 년 전 겨울쯤에 제주에서 본 귤나무가 싱그럽게 보여서 열심히 귤을 따 보았던 생각이 떠오른다. 귤 밭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워 한바구니 가득 담아와 싱싱한 귤을 밤새 먹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먼 제주에서 보내 준 귤이 고마워 여기저기 나누어 주면서 맛있게 먹었다. 한 알 한 알 먹을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가득이다.


산다는 것은 나누며 살아가는 것 같다. 제주에서 보내준 감에 대한 보담으로 정성으로 만든 생강 편강을 보내주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코로나시기에 서로 조심하는 것이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일정을 조정해 미리 크리스마스를 지내기로 하였다.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해 만나기로 해 따뜻한 와인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유럽 권에서 겨울에 많이 먹는 와인에 과일과 향신료를 넣고 끊여서 먹는 와인은 영국에서는 포도주와 향신료와 섞어 데웠다는 뜻에서 뮬드와인이라고 부르고, 독일어권에서는 여러 향신료와 끊여 마시는 글루바인, 프랑스에서는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으로 뱅쇼라고 불린다.


뱅쇼는 일반 카페에서도 겨울철에 먹을 수 있는 차로 누구나 달콤 쌉쌀한 맛을 느끼고 싶을 때 선택하는 음료다.


벗과 함께 간단한 뱅쇼를 만들어 보았다. 재료는 간단하다.


레드와인 한 병, 레몬 1개, 오렌지 1개, 계피조각 2-3개 정도, 생강 1쪽, 설탕 5스푼정도를 넣어 끊이며 간단한 뱅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달콤한 맛을 좋아하면 설탕을 더 넣을 수도 있으며, 독특한 향을 좋아한다며 선호하는 향신료를 넣어서 끊이며 상큼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이때 끊이는 온도를 잘 조절 하며 훌륭한 뱅쇼를 마시며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뱅쇼와 붉은 감 홍시 몇 개, 쿠기 몇 개, 꼬마전구를 몇 개를 달아놓고 밤이 긴 겨울밤, 마당에서는 모닥불이 피워 오르고, 테라스에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밤은 깊어가고 따뜻한 뱅쇼에 몸을 녹이며 사는 이야기, 코로나 이야기로 밤을 지새운다.


삶에 대한 이야기는 별것이 없다. 김장 이야기, 올해 만났던 사람이야기, 대선주자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밤이 깊어가고 주인장의 손놀림은 바빠진다.


뱅쇼를 만들어 먹은 지인은 막걸리를 따뜻하게 데워온다. 막걸리에 설탕을 더 넣으면 술을 먹지 못한 사람도 한잔 정도는 가볍게 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주를 따뜻하게 마시는 술 문화가 있었다. 한겨레신문 이대형 경기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의 글을 보면 술 데워 먹는 문화에 대한 칼럼이 있다.


이규보의 시 ‘겨울밤 산사에서 간소한 주연을 베풀다’에 막걸리를 데워 마신 기록을 보더라도 우리나라도 술을 겨울에는 술을 데워서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운 계절에 몸을 따뜻하게 보온하기 위해서 술을 데워 먹는 풍습이 있다는 것은 계절에 맞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여행했던 스페인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 야행에서 해설사의 설명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겨울여행이라 스페인 여행지에서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것이 호기심으로 다가와 자꾸 열려 있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 소식을 들고 온 병사가 말을 묶어 놓은 곳에 오렌지 나무가 있었다. 그 이유는 먼 여행길에서 온 병사에게 풍요로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바로 음식은 삶에 풍요로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모닥불에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음료를 마시며 고단했던 하루를 정리하고 삶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한잔의 따뜻한 음료가 주는 삶이 위안을 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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