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던 대형주에 온기가 들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 상승과 함께 외국인 수급이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등 대형주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코스피 대형주를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에 대한 외국인 수급이 집중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 1조5484억원어치를, SK하이닉스 주식 2581억원 어치를 순매수 중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2조2044억원을 순매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매수 물량의 80% 이상이 반도체 투톱에 쏠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간 불확실한 업황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주를 꾸준히 순매도 해왔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주가를 짓눌러온 D램 가격이 내년 초를 기점으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돌아온 외국인 덕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7만1300원에서 전날 7만6800원으로 7.7% 상승했다. 지난 8일에는 장중 7만8600원까지 오르면서 8월 이후 넉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달에만 6.6% 올랐으며 8일에는 12만5000원까지 뛰어 지난 7월7일(12만5500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반도체주 뿐만 아니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카카오뱅크 등 세 종목만 제외하고 모두 상승했다. 특히 현대차(6.9%), 기아(10.5%) 등 자동차주의 약진이 돋보였다.
대형주가 힘을 받고 있는 것은 견고한 수출 실적 덕분으로 보인다. 이달 초 발표된 11월 수출이 60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형주에 대한 매력을 더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출 호조에 따라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이익 개선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 역시 대형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며 반도체, 자동차 등 코스피 대형주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업황 개선 기대가 확산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이 신흥국 내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는 제조업을 향한 외국인 투자자 시각"이라면서 "신흥국 대비 빠른 한국 패시브 자금 유입세를 고려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은 순매수로 추세 전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 자금 이탈 과정에서 피해는 반도체, 자동차 업종에 집중됐다"며 "외국인 자금 선회 국면에서 회복력이 높을 업종도 피해 업종과 동일하다. 이는 코스피 대형주 위주의 주가 회복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덜 오르고 못 오른 업종에 주목해야 하는데 대형 업종 중에서는 자동차가 소외됐다"면서도 "반도체의 경우 최근 3개월 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 있지만 앞으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코스피 대형주를 중심으로 대응해야 하는 구간"이라면서 "연말이 다가오니 코스피가 코스닥을 3주 연속 상회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코스닥보다는 코스피에 속한 대형주에 대한 매매가 편안한 시기라고 판단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