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소복소복 눈이 내린다. 모처럼 느끼는 겨울 풍경이다. 이른 아침부터 강천사 산책길을 나섰다. 눈 쌓인 산사를 걷다 보니 하얀 눈이 왜 이제야 왔나 싶다. 강천사 구장군폭포까지 걷는다. 겨울들판은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속살을 다 보여준다.
겨울의 길은 봄의 길과 다르다는 한 소설가의 문장이 생각난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자연의 일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위를 친구삼아 뿌리를 내린 나무를 보았다. 바위 틈바구니에서 자신을 지켜나가는 나무를 보면서 숙연해진다.
차가운 겨울에 일상에서 듣는 언어가 따뜻한 언어라면 마음이 훈훈한 겨울을 맞이하지 않을까 싶다. 다정한 말에는 꽃이 핀다. 좋은 글 아침의 편지를 받았다.
‘잘했다. 고맙다. 예쁘구나./ 아름답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기다린다. 믿는다./ 기대한다. 반갑구나. 건강해라./ 내 인생에 될 말은/ 의외로 소박합니다./ 너무 흔해서 인사체리가/ 되기 쉽지만 진심을 담은 말은/ 가슴으로 느껴지는 법입니다./ 괜찮다. 잘될거야. 힘내라./ 다시 꽃핀다. 걱정마라/ 위로의 말은 칭찬받는 아이처럼/ 금세 가지를 치고/ 조그맣게 잎새를 틔웁니다./ 그런말, 희망의 말/ 초록의 말을 건내세요./ 누군가의 가슴속에/ 하루종이 꽃이 피어납니다./ 당신은 그의 기분 좋은/ 정원사가 되는 것입니다.’
편지를 받고 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남는 글귀는 정원사라는 말에 의미를 부여해 본다.
내 마음의 꽃밭에 아름다운 언어의 씨앗을 뿌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원사가 되어 준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아름다운 꽃밭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올 한해 살아오면서 다정한 말을 전하는 정원사가 되었는가 생각해본다.
다정한 말에는 꽃이 피는 꽃밭을 만들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긍정심리학의 마틴 셀리그만의 세 개의 기둥을 제시한다. 첫째, 긍정적 정서이다.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긍정적 심리상태로 행복감, 안락감, 만족감, 친밀감 같은 정서를 비롯해 낙관성, 희망, 열정, 활기등도 포함된다.
둘째, 긍정적 특성이다. 긍정심리학의 핵심인 강정과 미덕은 물론 지능과 운동서 같은 개인의 능력까지 포함된다.
셋째, 긍정적인 제도이다. 미덕을 장려하고 그것이 다시 긍정적 정서의 밑거름이 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 유대감 갚은 가족 등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사고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긍정적인 정서를 통한 다정한 언어의 전환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듣는 언어가 “안돼요. 못해요. 싫어요.” 라는 말이라고 한다. 외국인들이 듣는 언어가 긍정의 언어보다는 부정의 언어라는 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은 부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많은 나라라고 단정해 버릴 것 같아 부끄럽다.
눈이 내리는 날 아침, 아파트 앞 풍경이다. 출근을 하는 사람들의 눈 오는 풍경에 대한 언어다. “눈이 내리네. 와 짜증이 나네.” 라는 언어를 듣다 보니 내 얼굴에도 짜증이 났다. 그런데 다음에 나온 사람은 “눈이 내리네. 모처럼 겨울을 느껴보겠네.” 라고 표현하는 모습이 의미 없이 옆에 듣고 있는 사람도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도 목민심서를 보면 자연스레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긍정의 자세를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것이며,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필요한 큰 말만 들이라는 것이고,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만 먹고 소화불량 없게 하려 함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것이지요.’ 라며 자신의 처함 삶을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마음의 자세를 보여주는 글을 읽으면서 긍정적인 자세로 삶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가져야 될 것 같다.
강천사 산사 눈길을 걷는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겸허한 자세를 갖는다는 진리를 생각하면서 길을 걷는다. 앞서서 걷는 아들과 어머니의 발걸음이 느리다. 조심스레 따라 걸어본다. “눈이 와서 곱구나.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 고맙다.” 어머니의 다정한 말에 아들이 답한다. “어머니 마음이 저 눈처럼 곱지요. 어머님과 이 길을 걸을 수 있어 좋습니다.”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를 들으며 내 마음에 환한 꽃밭이 피었다.
한해의 자락이 내리는 계절에 우리들 마음속에 따스한 언어의 꽃밭이 피길 바란다. 언어가 공중에 튕겨 오른다. 그 언어를 바구니에 담는다. “고맙다. 사랑한다. 수고했다.” 다정한 말 꽃을 바구니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