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2022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했다고 20일 밝혔다.
정부가 소비자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전기료까지 오르면 국민 생활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해 인상 유보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로서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 요금은 현재와 같은 ㎾h당 0원을 유지하게 된다.
한전은 지난해 말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연료비 연동제'를 새로 도입했다.
이에 따라 매 분기마다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구매에 쓴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게 된다.
연료비 조정 요금은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와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의 차이를 요금에 적용한 값이다.
한전이 지난 16일 정부에 제출한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 단가는 kWh당 3.0원이다.
내년 1분기 변동연료비(실적연료비에서 기준연료비를 차감한 값)는 kg당 178.05원으로 여기에 변환계수를 곱한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29.1원이 돼야 하지만, 직전 요금 대비 3원까지만 변동 가능한 데 따른 것이다.
조정 요금은 연간 최대 kWh당 5원 범위 내에서 직전 분기 요금 대비 3원까지만 변동된다. 상한선인 5원에 도달하면 그 이상으로 인상·인하되지 않는다.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면 전기요금도 오르는 게 정상인 상황이다.
한전에 따르면 직전 3개월간(9~11월)의 유연탄 가격은 세후 기준 ㎏당 평균 181.81원, LNG 가격은 832.43원, BC유는 661.27원이다.
유연탄, LNG, BC유 모두 4분기 기준 시점(6~8월)보다 kg당 평균 가격이 훨씬 올랐다.
하지만 한전은 정부의 통보에 따라 올해 4분기 연료비 적용 단가인 0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단기 유가 급상승 등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요금 조정을 유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둔 바 있다.
정부는 유보 통보 사유에 대해 "국제 연료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영향으로 조정요인이 발생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국민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9년 11개월 만에 최고치인 3.7%를 기록한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은 지난 2·3분기에도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정부로부터 국민 생활 안정 등을 이유로 유보를 통보받은 바 있다.
4분기에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계속된 점 등을 고려해 2013년 11월 이후 8년 만에 kWh당 3.0원 올렸다. 1분기 인하 폭만큼 오르며 사실상 지난해 전기요금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연료비 연동제 시행 유보로 인한 kWh당 29.1원의 미조정액은 추후 요금 조정 시 총괄원가로 반영돼 정산될 예정이다.
내년 1분기 전기료 동결에 따라 한전이 당장 실적 개선을 꾀하기도 어려워졌다.
한전은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1조1298억원에 달한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1~2025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보면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4조38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한전은 내년에 적용할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도 산정 중이다.
현재 kg당 289.07원인 기준연료비는 직전 1년간 연료비의 평균치로 정한다. 지난 1년간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 가격이 일제히 급등해 인상 요인이 크다.
기후환경요금은 한전이 에너지 전환을 위해 지출한 신재생에너지의무비행이용(RPS),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ETS), 석탄발전 감축 비용으로 구성된다. 현재 kWh당 5.3원으로, 전체 전기요금의 4.9% 수준이다.
한전은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기요금에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반영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