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산출 방식이 5년 만에 바뀐다. 무상 교육 전환으로 고등학교 납임금과 학교 급식비, 교과서, 학생복 등이 지수에서 빠지면서 올해 물가가 예상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개편된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하면 올해 1~11월 누적 물가 상승률은 2.4%로 기존 2015년 기준(2.3%)보다 0.1%p포인트(p) 상승한다.
현재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5년마다 소비 구조 변화를 지수에 반영해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새로 바뀐 2020년 기준 지수에서는 2015년 기준에 포함된 무상교육 관련 품목 등이 대거 탈락하면서 물가 상승효과가 발생했다.
품목 탈락으로 인한 물가 상승 기여도는 총 0.26%p다. 구체적으로 고등학교 납임금(0.17%p), 학교 급식비(0.05%p), 남자 학생복(0.01%p), 여자 학생복(0.01%p), 교과서(0.01%p), 비데(0.01%p) 등이 포함된다.
반면 새로 추가된 품목으로 인한 물가 하락 요인도 있었다. 이에 따른 물가 기여도는 -0.07%p이며, 해당 품목은 마스크(-0.06%p), 의류건조기(-0.01%p) 등이다.
상대적 중요도에 따라 품목별 가중치가 재산정되면서 물가 지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단, 코로나19 사태 영향 등으로 지난해 소비 지출이 일시적으로 불규칙한 변화 양상을 보인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2019년과 2020년의 평균값을 적용했다.
가중치 변동으로 인한 물가 기여도는 -0.03%p다. 휴대전화기(-0.02%p), 병원검사료(-0.01%p), 컴퓨터(-0.01%p), 운동용품(-0.01%p) 등은 5년 전에 비해 가격이 내렸고 가중치는 증가하면서 물가를 끌어내린 품목으로 분류된다.
반대로 가격이 올랐지만 가중치가 감소한 품목에는 영화관람료(-0.03%p), 국제항공료(-0.02%p), 점퍼(-0.01%p), 자동차용 LPG(-0.01%p) 등이 꼽혔다.
일부 계절품목의 조사 기간 확대에 따른 물가 하락 효과도 0.07%p 발생했다. 사과, 배, 밤, 가지 등이 연중 조사로 변경되면서 계절품목에서 제외됐고 참외, 국산포도 등은 조사 기간이 늘어났다.
부문별로 따져보면 교육(0.15%p), 음식 및 숙박(0.03%p), 주택·수도·전기·연료(0.03%p) 등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락 요인에는 보건(-0.06%p), 교통(-0.03%p), 통신(-0.02%p), 오락 및 문화(-0.02%p) 등이 있다.
품목 성질별로는 가격이 하락한 도시가스의 가중치가 감소하면서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0.01%p 소폭 올랐다. 전세의 가중치 증가 등으로 집세도 0.01%p 상승했다.
이외에 공업제품(-0.07%p), 농축수산물(-0.02%p), 개인서비스(-0.01%p) 등은 하락 요인으로 분류됐다.
개편 결과에 따라 올해 1~11월 누적 기준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각각 0.2%p, 0.1%p 확대된 1.8%, 1.3%로 집계됐다.
생활물가지수는 0.2%p 오른 3.1%이며, 신선식품지수는 1.6% 내린 6.1%다. 자가주거비 포함 지수는 0.1%p 확대된 2.2%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집값이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통계청은 자가주거비 포함 지수만 보조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주택 가격 차이는 건물 서비스의 가격보다는 입지 요소 차이에 기인한다"며 "집은 소비 지출 대상이 아니라 자본재, 투자재로 보고 있고, 집값을 포함하지 않아 소비자물가지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2.4%로 예상한 바 있다. 통계청은 이번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에 따라 이 예상치에 큰 변동 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12월 물가 상승률까지 포함해야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지만 기존 예상에서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음 주 중에 연평균 소비자물가동향을 새로운 지수로 발표할 예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