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 순이익이 6년 만에 가장 적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과 예술·스포츠업은 2006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통계청은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0년 기업활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회사법인 가운데 상용근로자 50인 이상이면서 자본금 3억원 이상인 1만3429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6월 실시했다.
◆작년 기업 순이익 6년 만에 100조원 아래로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국내 기업의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97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 줄었다.
이 수치가 100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4년(91조3600억원) 이후 처음이다. 2017년에는 173조1000억원까지 치솟으면서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찍었고,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다.
특히, 지난해에는 37%가량 급감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피해가 2019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체 기업 매출액은 2360조원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했다. 이는 2015년(-3.2%) 이후 최대 감소율이다. 규모로 보면 2017년(2343조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적었다.
같은 기간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4.6% 줄어든 1806억원이다. 매출액 천원당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41.4원으로 0.3원 내려갔다.
양동희 통계청 경제통계기획과장은 "사업 실적 부문에서 매출액과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모두 2년 연속 감소했다"며 "숙박·음식업, 예술·스포츠업 등에서 주로 감소했는데 코로나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숙박·음식업과 예술·스포츠업은 3조6600억원, 1150억원 순손실을 냈다. 전년 대비 순이익 감소율은 각각 886.9%, 111.1%에 달한다. 이는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감소폭이기도 하다.
전체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순이익도 61조5050억원으로 3.9% 줄었다. 또한 부동산업과 사업시설관리업도 각각 22.1%, 22.7% 쪼그라든 1조5150억원, 907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건설업과 도소매업의 순이익은 각각 9조9760억원, 9조5630억원으로 6.4%, 9.9% 증가했다. 이외에 전기가스업(5.4%), 운수창고업(208.0%), 정보통신업(5.6%), 전문과학기술업(45.2%) 등도 순이익이 늘었다.
양 과장은 "도소매의 경우 소매는 좋지 않았지만 도매 부문에서 호조세를 보이면서 순이익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기업·종사자 수 소폭 늘어…43% 자회사 두고 있어
지난해 조사 대상 기업 수는 1만3429개로 전년 대비 1.3% 늘었다.
상용근로자수도 1.4% 증가한 420만9000명이다. 이는 전체 종사자 수의 89.3% 수준으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p) 상승했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43.4%는 국내외에 자회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은 4430개로 전년 대비 3.4% 늘었고, 국외 자회사 보유 기업은 3313개로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자회사는 1만4123개로 8.7% 확대됐다. 기업당 국내 자회사 수는 3.2개로 전년(3.0개)보다 소폭 증가했다.
국외 자회사의 경우 9522개로 2.4%로 늘었고, 기업당 2.9개를 보유해 지난해와 유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회사 진출 지역은 아시아가 6506개(68.3%)로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북미와 유럽은 각각 1389개(14.6%), 1022개(10.7%)로 그다음으로 많았다. 국가별로는 중국(2562개), 미국(1316개), 베트남(1138개) 순이다.
업무 수행 효율화를 위해 일부 업무를 국내외 전문업체에 위탁한 기업 수는 9737개로 2.2% 증가했다. 외부 위탁 기업의 비중은 전체 기업 대비 72.5%로 0.6%p 상승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개발 또는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1773개로 3.6% 늘었다. 주로 개발·활용 중인 기술은 클라우드(23.1%), 빅데이터(19.1%), 인공지능(13.4%), 사물인터넷(13.3%)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경기 불황에 33개사 주력 사업 축소
새로운 사업에 진출한 기업은 327개로 전체 기업의 2.4%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0.5%p 감소한 수준이다.
주력 사업 운영에 변동이 있는 기업은 750개로 3.7%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주력 사업의 이전 사례는 97개, 축소 사례는 333개, 확장 사례는 320개이다.
사업 변동에도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파악된다.
주력 사업 축소 기업의 경우 주된 이유로 국내외 경기 불황(49.5%), 구조조정 또는 전략적 축소(16.5%), 사업 환경 악화(11.4%) 등을 꼽았다.
이전 기업은 임대계약 종료·환경 개선(44.3%), 새로운 판로 개척(22.7%), 생산비용 절감(15.5%) 등을 이유로 댔다.
기업 간 전략적 제휴를 맺은 기업은 919개로 10.7% 감소했다.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업의 연구개발비는 63조7000억원으로 5.9% 증가했다. 반면 연구개발 기업 수는 6227개로 10.7%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기업당 연구개발비는 18.6% 급증했다.
연구개발 기업의 기업당 매출액은 2515억원으로 2.1% 감소했다. 그래도 이는 전체 기업당 매출액(1806억원)의 1.4배 수준이다.
성과 보상 관리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늘어나는 추세다.
연봉제를 도입·운영하는 기업의 비중은 77.9%(1만460개)로 0.7%p 증가했다. 성과급 지급은 65.8%(8841개)로 0.7%p 늘었다.
스톡옵션과 우리사주 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비중은 각각 10.8%(1455개), 11.5%(1543개)로 1.4%p, 0.2%p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