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오늘과 내일
  • 호남매일
  • 등록 2022-01-04 00:00:00
기사수정

/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 굴러라



건너 뛰듯


건너 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


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 굴러라 발 굴러라


춤 추어라 춤 추어라



김현승의 ‘새해인사’ 시 전문으로 임인년 호랑이의 해 힘참 기운으로 새해를 시작해 본다. 작년에 묵은 감정을 버리고 새해를 맞이한다. 오늘과 내일사이를 건너뛰어 새해를 맞이하는 누구나 건강한 마음으로 한해를 시작한다.


오늘과 내일사이의 다리를 지나 2022년에 안착하면서 오늘을 잘 살아야 내일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담양에 조상이 물려준 넓은 마당을 지니고 있는 지인은 150년 된 은행나무의 사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150년 전 증조할머니가 시집 올 때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옆집 담과 맞물려 있는 가지가 찢어지면서 위험한 상황이 되었다.


안전이 우선이라 어떻게 은행나무를 정리할까 고민했는데 좋은 인연이 맞닿아 은행나무는 강진에 있는 무위사로 가게 되었다고 한다.


150년 동안 한옥 집에서 잘 살다 이제는 절에 오시는 사람에게 복을 짓게 될 은행나무의 전설을 들으면서 오늘과 내일의 사이를 잘 건넌 뛴 은행나무가 다른 사람에게 줄 복을 생각해 보니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게 되었다.


신년 초에 부고를 받았다. 이모님이 돌아가셨다. 막내인 어머니가 먼저 가시고, 둘째 이모가 작년 말에 가시고, 올 초 큰 이모님이 세상을 등지셨다.


장례식장 가는 차속에서 한 세대가 마감하는 시간에 대해 경건한 마음을 가져본다.


세분의 예명은 꽁지, 외도리, 맘니는 국어사전에도 없는 단어였다.


예명을 풀어보면 꼭, 아들이 낳아야 해서 꽁지라는 예명이, 외도리는 아들인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또 딸이라 마음이 돌아섰다는 것이다.


마지막 맘니는 할머니가 젖이 부족해 쌀가루로 만든 맘죽으로 키워서 맘니라는 예명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3·1운동을 했으며, 6·25를 격고, 격동의 시기를 거쳐 한세대를 마감한 평산 신씨 세 자매의 스토리를 밤새도록 나누었다.


삶이란 오늘과 내일사이를 살아간다. 어제가 있기 때문에 오늘이 있으며 우리는 내일이라는 희망의 단어를 가지고 살아간다.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에 은행나무의 전설과, 평산 신씨 세 자매의 눈물겨운 서사시를 생각하면서 오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임인년, 새해 눈이 부시게 맞이해보자. 어제를 살았던 삶도, 오늘을 살아가는 삶도, 그리고 내일 살아가야 할 삶도 눈이 부시게 감동을 줄 것이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 사이의 삶을 위해 발을 굴러야겠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문화 인기기사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