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에 들어 있는 ‘지금은 우리가’ 시 전문이다.
21년 전에 발표되었던 시를 읽었다. 시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몇 번을 다시 읽고 읽었다. 이유는, 시를 읽으면서 시속에 들어가려고 한 것이다. 언어를 몇 번이나 곱씹어 생각해야 세상의 소리를 다 이해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한다.
인싸와 아싸라는 말이 있다. 인싸(INSIDER)는 줄임말로 우리와 잘 어울리고 주변에 친구가 많으며 인맥이 넓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사람이다.
아싸(OUTSIDER)는 말은 모임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잘 스며들지 못하며 주위를 겉돌면서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이다. “너 인싸야.” 라고 물을 때 “나 인싸지”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싸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인싸보다는 아싸가 편하다. 인싸가 아니어도 좋다.
우리의 삶이 충족되려면 아싸의 이야기를 귀담아야 할 것이다.
난 기억한다. 아싸의 외침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오래전 수업시간이다. 중학생 수업 시간에 아기처럼 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니?”라고 물었다. 놀이그룹에 끼지 못한 학생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아기처럼 울음을 터트려 버린 것이다.
그 학생에게 이유를 물어 문제를 해결하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친구는 세상에 자신을 목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다.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임이 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교육정책에 대해서 공적인 이야기를 진행하였다. 그때 한분이 자신의 직업에서 제대로 된 분배가 되지 않는다는 불평을 하였다. 모두들 그 사람을 향해 개인적인 이야기는 현장에서 해결하시고 여기에서는 공익을 위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울먹이며 “내가 이야기 하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하시면 어떻게 이야기 한답니까?”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자신의 생각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멈추었다면. 그의 이야기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인싸의 이야기는 기억한다. 아싸의 이야기는 묻혀 버리고 만다. 세상은 인싸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약자의 이야기를 그냥 넘겨버린다. 작지만 힘 있게 외치는 목소리는 세상을 향한 외침이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아래 직원이 하는 이야기는 묻혀 버린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장의 소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 광주시의 현대 산업 개발 화정 아이파크 2블럭 현장 사고를 보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러한 식으로 건축이 진행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책상에 앉아 있는 분들은 시행을 빨리 앞당겨서 돈이 되는 생각만 하는 것이 이러한 참사를 불러왔다.
현대 건설 사건을 보면, 순식간에 몇 층의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은 무너지기 전에 여러 정황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작은 목소리,” “대충 지나가겠지,” “괜찮을거야.” 라고 생각한 것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 오늘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들어야 한다. 묻혀버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작은 목소리를 귀를 활짝 열고 들어야 한다.
별들의 이야기를 듣는 인간의 에너지는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런데 왜 인간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지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 우리는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순환해야 한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타인의 언어보다는 내 자신의 언어의 말들이 더 간절하다. 자신의 삶속에서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안의 외침을 혼자 삼키려 하는 자를 보려고 하는 눈이 필요하다. 울부짖으며 세상에 목소리를 내놓고 싶어 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우리는, 지금 우리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별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지금, 인간의 작은 외침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