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명절이 돌아오는 시기면 누구나 마음이 바쁘다. 일상의 삶속에 지친 현대인에게는 명절을 휴식을 해야지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설이 오는 시기면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우연히 온라인 그림을 보다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1920년대 한국의 명절 풍경 사진을 보았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화가인 엘리자베스 키스는 한국에 머물면서 풍속, 풍경 사람들의 생활하는 모습을 그렸다. 외국인이 그린 한국의 설모습의 풍경이긴 하지만 예쁜 새 옷을 입고 나들이를 나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정겹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을 보면, 광화문 해태 상 앞에서 어머니와 나들이를 나온 아이들의 모습, 새해 아침 새 옷을 입고 인사를 하러가는 길인지 남매의 모습이 예쁘다. 연날리기 모습도 정겹다. 설빔을 입고 앉아 있는 세명의 아이들은 다소곳하다.
1920년대 그림을 보니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라는 노래가 자연스럽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명절에 한복을 입는 것이 불편하겠지만 엘리자베스 키스의 명절 옷차림을 보니 다가올 설 풍경을 그려보게 된다.
1980년대만 해도 우리의 명절은 일주일 전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요즈음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음식들이지만 예전에는 한 달 전부터 명절을 준비했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던 수확물로 명절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해지는 시기가 바로 명절이었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지인과 명절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릴 적 명절에 대한 이야기 중 떡메로 친 쑥 인절미가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요즘에 떡메로 친 쑥 인절미를 만들어 먹는 집이 몇 집이나 될까?
명절이 다가오면 인절미와 쑥 인절미를 만들어 먹는다. 쑥은 봄 쑥을 사용한다. 1년 동안 얻어진 재료를 사용해 떡을 만들어 먹는다.
너른 마당에 짚더미를 깔고 그 위에 멍석을 덮는다. 그 위에 커다란 떡판을 올려놓는다. 하얀 찰밥이 나무판에 올려 지면 떡메로 떡을 쳤다. 장정 한명이 떡을 치기는 힘들어 돌아가면서 떡을 쳤다.
너른 마당에 떡을 치는 소리가 들리면 이웃집 아이들이 지나가다가 떡을 얻어먹기도 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인절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왜 인절미인가? 조사를 해 보았다.
인절미는 1624년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일주일 정도 공주에 머물렀을 당시 임씨 성을 가진 백성이 콩고물을 무친 떡을 임금님께 올렸다.
인조는 맛이 좋아 “이 떡은 무엇이냐?” 물었다. “임씨 댁에서 떡을 만들어 가져왔습니다.” 그렇구나. “임절미로 부르도록 하자.” 해서 임절미가 인절미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겨울철이면 맛있게 먹는 김도 완도에 사는 김씨라는 사람이 보내와 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니 언어가 생성되는 과정에 알아보는 것이 재미있다.
신문기사의 사회면 기사를 보면 답답하다. 설 명절 가정 폭력이 두렵다. 이번 명절에 아동학대 스토킹 없게, 경찰 설 범죄 선제대응 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세상이 참으로 각박해져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설 명절에 폭력이라는 기사를 먼저 만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설 선물 택배입니다’ 클릭하면 돈 나간다는 MBC 기사를 보고는 더 기가 막힌다. 설이 다가오니 택배와 선물의 배달이 늘어난다. 그런데 우리의 명절을 가지고 사기를 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타인이 피해를 입는 것은 당연하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명절이 다가오는 시기에 훈훈한 이야기와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온다면 가슴 훈훈한 명절이 될 것이다. 명절을 준비하는 시골집 아궁이에 연기가 타오르는 풍경이 그리운 계절에 백석시인의 ‘여우난굴족’ 의 시는 따스한 감성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백석 시인의 여우난굴족 시를 읽어 본다.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 계시는 큰집으로 가면… 시에서 만나는 감성은 정이다. 셀 수도 없이 많은 가족, 그리고 음식, 사람들의 정이 담긴 들어 있는 시를 읽다보니 떡메 치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