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매화꽃 핀 기사가 올라왔다. 올 들어 봄소식이 반갑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엊그제 걸었던 장성 남창 골 계곡 물이 졸졸졸 흐르는 소리를 기억해 본다. 청아한 물소리를 생각하니 좋다. 멀리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봄이 오는 소리를 귀담아본다.
겨울과 봄의 중간에 있는 계절에서 핀 꽃이 풍년화다. 풍년화는 우리나라 야생에서 자라는 꽃이 아니라 정원에서 핀 꽃이다.
꽃이 겨울이 다 갔다고 느껴지기도 전에 피기 때문에 풍년화는 겨울인지 봄꽃인지를 말할 수는 없지만 봄을 알리는 2월의 꽃이기도 하다.
풍년화는 일찍 꽃이 소담스럽게 피면 풍년이 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풍년화가 소담스럽게 피면 풍성한 가을을 약속하는 것 같아 마음도 넉넉하게 해주어 좋다.
매화, 영춘화와 봄을 시작을 알리는 꽃소식이 들려오는 시기다.
풍년화와 함께 제주에는 매화도 개화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봄꽃이 핀다는 소식에 설레며 메인 뉴스에 올라오는 기사를 보니 심란한 마음이 든다.
대통령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숨이 나온다. 정치 이야기를 논하기에 정보가 짧아 이만 접는다.
봄이 오는 2월의 길목에서 희망찬 삶을 찾기 위해 다양한 놀이와 활동을 찾을 것이다. 벗이 말했다. “이 나이 되니 봄 되면 땅을 보러간다는 사람들이 많아” 라는 말과 동시에 갑자기 생각나는 언어가 “땅 보러 가니. 나는 꽃 보러 간다.”는 말이 툭 튀어 나왔다.
주말에는 가족이 오랜만에 나들이를 했다. 꽃을 보기에는 이른 계절이라 섬진강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장성호로 돌렸다.
점심 무렵이 되자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장성호 테크 길을 찾았다. 적당한 바람과 확 트인 장성호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나이 드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가다쉬기를 반복하면서 걷는다. 그 발걸음 따라 느리게 걷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한다.
장성호를 걷고 난후 평소부터 같이 사는 이가 가고 싶어 했던 담양 창평에 식당을 찾아 나섰다. 날이 따스해서인지 들판에 농부들이 봄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자 밭갈이를 하는 농부도 보였으며, 부자가 함께 감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봄이 되면 농부의 손길은 하루해가 짧다. 삼삼오오 앉아 따스한 햇살을 벗 삼아 새참을 먹는 모습도 멀리서 보니 그림이다.
김용택 시인은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매화꽃 보러 간줄 알아라.’ 따스한 들판을 보니 그 마음 충분히 알 것도 같다.
봄이 오는 길목에 봄맞이 정원 손길이 시작되었다. 겨우내 얼었던 땅도 녹았으며 날이 따스해지니 정원에 있는 풀을 걷어내고 꽃과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거름도 넣어주는 시기다. 도심에 있는 꽃들도 봄꽃으로 새 단장을 한다.
정원은 어린 아기처럼 돌보는 손길이 있어야만 바르게 자란다는 정원사의 말이 생각난다.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손과 발이 바쁘다. 모두들 각자의 삶터에서 새 봄을 준비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치는 환절기에 힘찬 발걸음을 시작하는 시기에 꽃 소식은 우리에게 희망찬 소식을 알려준다.
봄꽃 소식과 함께 남도에서는 문화꽃 소식도 들려온다.
전남도립미술관은 ‘태양에서 떠나 올 때는’ 22년 3월 27일까지 전시하고 있다. 전남 도립미술관이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하지만 봄이 오는 길목에 광양에 있는 미술관을 보고 옥룡사 동백꽃을 보고와도 좋을 것 같다.
개관 30주년을 맞은 광주시립 미술관 도립미술관도 ‘미래의 역사쓰기: ZKM 베스트컬렉션’(2021.12.17.~2022.4.3.)전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의 역사쓰기는 예술가들의 미학적, 매체적, 사회적 작업의 기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는 우리로 하여금 미래의 역사에 기여하도록 하는지에 대한 경험과 사유를 하는 공간이다. 라고 안내하고 있다.
날 따스해지니 꽃바람 든다. 꽃바람 따라 간질거리는 뒤꿈치 살짝 들고 길을 나선다. 여기저기 꽃 소식이다. 문화 꽃도 피어난다. 사람 꽃도 피어난다.
꽃바람 나 들판으로 미술관으로 꽃 보러간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에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나라 정치도 꽃이 활짝 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