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본사 점거가 8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는 17일 파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경제계를 향해 "CJ대한통운의 무책임한 행태를 오히려 옹호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반면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이들의 행태를 비판하며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총은 함량 미달의 국토부 조사 결과 하나를 근거로 노조의 파업을 '명분없는 파업', '불법 폭력'이라고 규정하고 정부 공권력 투입과 강제진압을 요구하고 있다"며 "CJ의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행태를 개선을 요구해야 할 경총이 오히려 옹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도 같은 내용의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어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CJ그룹 더센터 앞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은 즉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중 108명이 CJ대한통운 본사까지 삼보일배를 했고, 뒤이어 100여명은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유성욱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CJ대한통운이) 대화하자고 하는 택배노동자들을 외면하고 불법·폭력 운운하면서 대화를 거부한다"며 "21일까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다음 주 특단의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21일까지 사측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우체국, 롯데, 한진, 로젠본부 조합원들도 연대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지난 2020년 과로사로 숨진 택배노동자의 부친 김삼영씨도 나섰다. 김씨는 "CJ대한통운 조끼만 봐도 가슴이 아프다. 우리 아들이 마지막 과로사였어야 하는데 CJ대한통운은 뭐했느냐"며 울먹였다.
발언을 마친 이들은 무릎 보호대를 차고 스님들의 목탁소리에 맞춰 삼보일배 및 행진을 진행했다. 택배노조는 서울역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우리는 CJ대한통운 노동자들이며, 사측에 합리적인 대화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택배노조는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국무총리에 면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CJ대한통운의 대화 거부와 노조 죽이기로 사회적 합의 이행이 고비를 맞았다"며 "사회적 합의 참여 주체였던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CJ대한통운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것과 관련해 "택배노조는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하면서 대화를 하자고 한다"며 "노조가 잘못을 인정하고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슬기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들은 영세사업자인 대리점주에게 자녀 학자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하고, 연차를 지급하거나 연차 대신 1일당 20만원을 달라고 한다"며 "대리점주에게 택배노조만의 사무실과 회의실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택배노조가 오는 21일까지 CJ대한통운이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 파업은 전체 노조로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데 대해 "이게 택배노조의 대화방식인가, 이런 건 강도"라며 "어린 아이처럼 떼 쓴다고 달라지는 건 자택으로 갈 내용증명의 숫자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모든 걸 용서받거나 사죄할 수 없지만, 최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에게 선처를 부탁해야 한다"며 "택배노조가 할 수 있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을 갚아나가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 퇴사자 모임인 'CJ대한통운동우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택배노조라는 폭도 무리들이 본사를 불법 점거하고 이 과정에서 후배 수십여명이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우리는 택배노조의 불법 본사 점거와 집단 폭력을 규탄하고 엄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5일 CJ대한통운 점거 농성과 관련해 택배노조 관계자 8명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은 택배노조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건물을 기습 점거한 지난 10일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또한 같은날 회사 측이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건조물 침입, 재물손괴 등) 혐의로 노조 관계자들을 고소해 수사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