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의 거래정지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소액주주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앞선 사례를 볼때 횡령 건으로 길게는 5년 넘게 묶인 상장사도 있어 소액주주들의 기약없는 기다림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대규모 횡령건으로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된 오스템임플란트와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2020년 5월부터 주식 거래가 중단된 신라젠의 거래정지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오스템임플란트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렸고 신라젠은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6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 받았다.
이에 따라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정지는 계속되며 당분간은 거래재개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소는 다음 달 21일까지 기심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오스템임플란트의 상장폐지 여부나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횡령이 발생한 2021년도 사업보고서에 대해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기심위가 거래 재개(상장 유지)를 결정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스템임플란트가 15영업일(다음 달 14일) 이내에 개선계획서를 제출하고 기심위가 이를 통해 6개월에서 1년 이내의 개선기간을 부여하는 그림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개선 기간이 6개월 부여되더라도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재개 여부는 오는 11월에나 결정된다. 오는 9월 개선기간이 종료된 뒤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제출, 기심위의 재심의·의결 등 일련의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신라젠 역시 오는 8월 개선기간 종료 후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을 통해 10월 열릴 코스닥시장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상장 유지 결정을 받아 거래가 재개되면 다행이지만 만약 6개월의 개선기간이 추가로 부여된다면 신라젠의 거래정지는 내년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소액주주들의 희망고문이 길어진다는 점이다. 거래소의 개선기간 부여는 기심위와 시장위를 합해 최대 2년이지만 앞선 횡령 사례를 살펴봤을 때 최대 5년 이상 주식 매매가 정지된 기업도 있어 소액주주들의 초조함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코스닥 상장사 아래스(당시 에스아이티글로벌)는 지난 2017년 1월부터 5년 넘게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시작은 전 경영진의 12억5000만원 규모의 횡령 혐의였지만 이후로도 실적 부진, 감사의견 거절 등 상폐 사유가 쌓이면서 거래정지 기간이 속절없이 늘어났고 상장폐지 이의 신청, 법원의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인용 등으로 버티며 햇수로 6년 째 거래재개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바른전자 역시 거래정지의 시발점은 횡령이었다. 당시 김태섭 전 바른전자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고 재무구조 악화와 함께 3년이 넘도록 거래재개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작년에 이르러서야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오는 3월 4년 만의 거래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횡령의 가장 큰 문제는 횡령 이후에 재무구조 악화, 기업 이미지 하락, 실적 부진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면서 \"이 때문에 거래정지 기간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심사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주주의 피를 말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정지가 장기화될수록 목돈을 투자한 투자자는 몇 년씩 발이 묶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1만9856명,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16만5680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