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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유학 여성인권가, 탈레반 탈출 '광주 품으로'
  • 호남매일
  • 등록 2022-02-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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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7일 밤 아내·딸과 입국…자가격리 중 현지 대학서 여권신장 교육하다 위기 맞아 천주교광주교구·전남대 등 십시일반 도움

지난 17일 탈레반 탄압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 국내에 입국한 여성인권운동가 A씨의 가족을 위해 광주 시민들이 모은 후원물품들.(사진=드리머스 제공)



광주에서 유학생활을 한 아프가니스탄의 한 여성인권운동가와 그의 가족들이 탈레반 치하의 고국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제2의 고향\' 광주 품에 안겼다. 안타까운 사실을 전해들은 지역민들은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


21일 지역 다문화 공연단체인 \'드리머스\'의 박태상(51) 대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밤 아프가니스탄 여성인권운동가 A씨와 부인, 딸 등 일가족이 비밀리에 광주송정역에 도착, 현재 광주지역 한 숙소에서 자가격리중이다.


A씨는 그동안 아프간 현지에서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이슬람사회 속 여성인권 신장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 사실이 여성인권을 탄압하고 있는 탈레반 정권에 알려지면서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그런 A씨에게 박씨가 도움을 손길을 내밀었다. 박씨는 지난 2017년 전남대 유학생이던 A씨와 다문화공연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됐다. A씨와의 인연은 그가 2018년 아프간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이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상황이 급변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잡으면서 대학 내 여권 신장 교육을 이어오던 A씨와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 당시 카불 공항을 통해 아프간을 탈출하려 했던 A씨는 탈레반에 발각돼 반나절 동안 구금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박씨는 A씨의 구출을 위해 백방으로 나섰다. 박씨는 \"어떻게든 아프간을 빠져 나오면 귀국을 돕겠다\"고 약속한 뒤 천주교광주대교구와 함께 항공비를 마련했다. A씨도 가족들과 가까스로 아프간을 탈출, 이란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지난 17일 두바이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들어왔다.


A씨의 광주 정착에는 각계각층의 도움이 컸다. 특히 모교인 전남대는 A씨의 입국을 위해 대학원에 등록시켜 유학 비자(D-2)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와 함께 부인과 딸 등 가족들도 함께 체류할 수 있도록 이란대사관을 통해 초청장을 발급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긴급하게 탈출하느라 몸만 빠져 나온 가족들을 위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박씨가 \"A씨가 잠시 머물 숙소에 침구류 등이 없다\"고 SNS에 도움을 호소하자 지인은 물론 비슷한 처지의 외국인모임에서까지 연락이 온 것. 박씨는 밀려오는 후원 문의 끝에 공식 후원계좌를 열어 A씨의 본격적인 정착에 도움을 주게 됐다.


박씨는 \"후원금 등을 직접 전달받기 부담돼 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논의해 공식계좌를 개설했다\"며 \"모인 후원금은 A씨 가족의 정착은 물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슷한 사건을 해결하는데 쓸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민문제에 대해 \'(한국에 받아들이는 것과 관련한) 옳고 그르다\' 같은 이분법적인 판단보다 \'사람목숨이 달린 일\'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일단 위기에 처한 사람을 살리고 보자는 생각을 했다\"면서 \"지역에서도 난민문제에 공감해준 덕에 A씨의 정착에 도움이 됐다. 난민 문제와 관련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천기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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