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무고한 시민을 향한 상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故) 안병하 치안감의 의원면직(依願免職)은 강압에 의해 이뤄진 위법한 처분으로 이를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옴부즈만은 22일 1980년 6월 이뤄진 안 치안감에 대한 의원면직 처분을 취소하고, 미지급 급여금을 지급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전라남도 경찰국장(경무관)이었던 고인은 시위대 강경진압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5월26일 직위해제 됐다.
이후 고인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불법 구금돼 조사를 받은 뒤 6월2일 최종 의원면직 처리됐다. 고문 후유증을 겪다가 1988년 10월10일 사망했다.
고인은 5·18민주유공자, 국가유공자(순직군경)으로 등록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경찰청은 고인을 \'2017년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하고 치안감으로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고인의 유족은 지난해 6월 고인의 사직 의사표시는 고문 등 강압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의원면직 처분을 취소해 명예를 회복해 달라는 내용의 고충민원을 권익위에 제기했다. 의원면직에 따라 지급되지 않았던 급여도 함께 지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권익위 경찰옴부즈만은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5·18보상심의위원회,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의 기록을 바탕으로 고인의 사건을 조사했다. 경찰옴부즈만은 \"고문 등 강압에 의해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의원면직 처분을 취소하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공무원의 계급정년이 아닌 연령정년(당시 61세 기준)을 적용해 고인의 사망일(1988년 10월10일)까지 100개월분의 급여를 지급하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스스로 사표를 낸 의원면직이 아닌 위법인 강제해고에 해당하는 만큼 미지급 급여를 지급해야한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1980년 해직자보상법과 관련 판례 등을 바탕으로, 비슷한 시기 강제 해직된 공무원들에 대해 정부가 연령정년을 적용해 보상한 사례와의 형평성,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려한 고인의 특별한 희생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고인은 상부의 강경진압 지시에도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인권보호에 앞장 선 분\"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늦게나마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기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