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조사한 전문 기관이 최초 붕괴 원인으로 임의 구조 변경, 초과 하중을 지목했다.
하부층 지지대(동바리)가 제거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한 데다, 구조적 취약성과 콘크리트 품질 불량 등이 맞물려 16개 층 연쇄 붕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는 7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통보한 재해조사의견서 내용을 중심으로 최초·연쇄 붕괴 원인을 설명했다.
안전보건공단은 재해조사의견서를 통해 최초 붕괴 원인으로 ▲PIT(설비)층 데크플레이트(요철 받침판) 공법 변경 ▲하부층 동바리 설치 없이 타설 강행에 따른 슬래브 설계 하중 초과 등을 꼽았다.
기존 설계와 다르게 PIT층의 높이 차 구조에 따라 데크 플레이트와 수십 t에 이르는 받침대(T자형 역보) 등을 활용하는 공법이 적용됐다. 받침대 무게가 발생하는 만큼 구조 진단을 다시 해야하는 변화였지만 임의로 변경했다.
여기에 최상층인 39층에서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들이붓는 작업 하중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아래 3개 층(PIT·38·37층)에 수직 하중을 지탱할 동바리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결국 설계보다 큰 수직 하중에 짓눌린 바닥 슬래브가 휘거나 \'전단 파괴\'(끊어지듯 파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16개 층 연쇄 붕괴 원인으로는 연속 충격 하중, 무량판 공법의 구조적 취약성, 콘크리트 품질 불량 등이 지적됐다.
우선 최상층부터 무너져 내리는 수직 하중에 추락 높이·속도에 따른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누적 파괴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됐다. 수사본부가 자문한 한국건설품질연구원 전문가도 \'무게 1t 구조물이 3m 아래로 떨어질 때는 3.8t의 하중이 된다\'고 추산했다.
또 지지보나 내력벽 없이 기둥으로만 하중을 지탱하는 \'무량판 공법\'도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실제 상층부 바닥 슬래브의 처짐 정도가 지나치게 커 붕괴 충격을 충분히 나눠 부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수사본부는 설명했다.
겨울철 눈 오는 날씨에 콘크리트 양생을 강행하고 보양 천막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등 시공 품질 관리 부실도 연쇄 붕괴의 한 요인으로 제기됐다. 구체적인 겨울철 양생 부실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또 콘크리트 시공 품질도 부분적으로 불량인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의 측정에선 일부 층은 콘크리트 구조 설계 기준(KDS14 20 01)상 24M㎩의 75~85%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붕괴 현장 내 콘크리트 잔해가 철근과의 부착 강도가 떨어져 있는 점도 시공 품질 문제를 방증하는 현상으로 꼽힌다.
CPB(Concrete Placing Boom)를 통한 상층부 콘크리트 공급에 필요한 유화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물을 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수사본부도 콘크리트 농도를 조절한 구체적 정황이 있는지 들여다 보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이 밖에도 전반적인 공사 관리·감독 부실 등도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한편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를 수사중인 경찰이 사고 원인에 대한 종합적 검토와 함께 입건 인원들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를 검찰과 협의하고 있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는 7일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의견서를 받아 이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