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거세지는 등 동유럽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1220원을 돌파했다. 가파른 환율 상승에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치솟은 환율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14.2원)보다 12.9원 오른 1227.10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4.8원 오른 1219.0원에 출발해 장 초반 1220원대로 올라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우려 고조로 장중 최고 1228.0원까지 올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2020년 5월 29일(1238.5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2020년 6월 1일(1232.0원) 이후 최고치다. 상승폭 역시 전장보다 12.9원이나 뛰어 오르면서 2021년 6월 17일(13.20원) 이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가파르게 오른 환율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외환당국은 7일 \"최근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역외의 투기적 움직임이나 역내 시장참가자들의 과도한 불안 심리가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국내 주요 외환수급 주체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 2020년 11월 16일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10원대가 무너지는 등 하락 속도가 빠르자 기획재정부가 \"최근 환율 하락이 급격하다\"며 인위적 환율 변동에 대해 경고하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최근 달러 강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 가능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유럽 최대 규모의 우크라이나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 폭격을 가했다. 이 원전이 폭발하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10배 이상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러시아군 당국은 6일 루마니아 등 우크라이나 인접국에 우크라이나 전투기를 발진시킬 경우 전쟁에 개입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 급등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달러 강세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했다. 6일(현지시간)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장보다 10.24% 급등한 배럴당 130.21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배럴당 130.89달러까지 오르는 등 2008년 7월 22일(배럴당 133.75달러) 기록한 장중 최고치를 뛰어 넘었다.
같은 날 미국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전장보다 9.80% 뛴 배럴당 127.02달에 마감했다. 장중 배럴당 130.33달러까지 치솟았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8년 7월 22일(배럴당 132.07달러) 이후 최고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