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등 자산투자와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면서 \'금융불균형\'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금융불균형이 심화될 경우 외부 충격시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리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에 실린 \'최근 우리나라 금융사이클의 상황 및 특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실질민간신용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금융사이클은 2018년 이후부터 제7순환의 확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됐다. 금융사이클은 가계 및 기업 부채 등 규모를 나타내는 금융변수들의 종합적인 순환 변동을 의미한다.
특히 금융사이클의 심도를 가늠하는 \'실질신용갭률\'이 코로나19 이후 단기간 내 빠르게 확대되면서 \'실질신용갭률\'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1%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9%)를 상회했다. 또 2002년 4분기 신용카드 사태(3.4%) 보다도 높았다.
\'실질신용갭\'은 가계와 기업의 신용(부채,채권)이 장기 추세치에 비해 얼마나 더 많이(적게) 공급 됐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실질신용갭률이 5.1%라는 것은 가계와 기업의 장기 평균 신용이 100이라면 지난해 3분기 105.1이라는 것으로 신용이 장기 추세치보다 5.1%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많다는 뜻이다.
금융사이클의 심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민간신용(가계·기업부채)이 과거보다 확대돼 외부 충격시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뜻한다. 한은은 과거 위기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금융불균형이 확대된 만큼 위기로 이어지기 전에 미리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한은이 금융사이클 국면과 심도를 여타 경제지표와의 동조관계 등을 비교·분석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간 비동조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양 사이클간 괴리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금융·실물 불균형(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더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4분기~지난해 3분기까지 2년 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은 26.5%포인트로 집계돼 글로벌 금융위기(2007년 4분기~2009년 3분기) 당시 21.6%포인트 보다 높았다. 또 2001~2002년 신용카드 사태(8.9%포인트)의 3배 수준, 1997년 2분기~1999년 1분기 외환위기(13.4%포인트)의 2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이클과 주택가격사이클간 강한 동조 관계가 가계신용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신용과 주택가격 갭 분석에서도 과거(2005년 전후) 주택가격 급등기와 마찬가지로 최근 두 사이클 모두 강한 상승 흐름을 시현했다.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금융사이클과 기준금리사이클 간에 동조 관계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역동조 관계로 전환됐다. 한은은 위기 이후 실물·금융 비동조화의 영향으로 실물사이클에 대한 경기대응적 금리조정(경기둔화시 금리 인하)이 신용증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결과적으로 금융사이클에 대해 경기순응적 관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정연 한은 금융안정국 관리총괄담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간 괴리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금리수준, 금융기관 수신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걸친 유동성 상황, 자산가격 변화 등에 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그간의 민간신용 증가와 최근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이후 빠른 확장세를 보여온 금융사이클의 주기와 진폭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