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10~12월) 전체 가구의 운송기구 연료비 지출이 역대 최대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 상승 등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가계 부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가뜩이나 커진 연료비 지출 충격은 올해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고공행진하는 에너지 가격이 올해 1분기 가계 지출부터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9일 통계청의 \'2021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교통비 지출은 29만6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보다 3.2% 감소했다. 하지만 교통비에 포함된 운송기구 연료비는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9.1% 증가한 월평균 10만6000원을 소비했다. 이는 1인 이상 가구를 조사한 2006년 이래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운송기구 연료비는 승용차, 오토바이 등 가정용 운송기구 운영을 위해 지불하는 연료비로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 지출이 포함된다. 지난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서 가계의 연료비 지출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운송기구 연료비 월평균 지출은 전년 같은 분기와 비교했을 때 2020년 2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2분기(15.8%)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이어 지난해 3분기에는 전체 가구의 월평균 운송기구 연료비 지출이 2019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1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가계의 연료비 부담은 올해 1분기부터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연일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국제 유가 상승세가 올해부터 가계 지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5.19달러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62.3% 올랐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선물)와 서부텍사스원유(WTI·선물) 가격은 각각 58.4%, 58.8% 오른 123.21달러, 119.40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와 WTI는 장중 130달러를 넘기면서 2008년 7월 기록한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데 벌써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가 국내 유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유류세를 20% 인하한 뒤 9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 1월10일부터 다시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실제 8일 오전 10시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일 대비 22.42원 오른 ℓ당 1921.68원을 기록하며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1900원대 지역으로 올라섰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45.61원으로 전일과 비교해 17.27원 올랐다. 2014년 9월 이후 약 7년 반 만에 최고치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오름세를 보인 국제유가가 작년 4분기 가계의 연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은 올해 1분기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가계의 유류비 부담이 높아지자 정부는 유류세 20% 인하 정책을 7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향후 국제유가 상승 폭이 커지면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고유가로 인한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하겠다\"며 \"향후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경우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