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오랜만에 만난 동창이 어릴 적 억척스러운 동네 어머니 세분을 말했다. 한명은 자신의 엄마, ○○네 엄마, 마지막에 울 엄마도 넣었다.
난 발끈했다. 울 엄마는 억척보다는 정의로운 엄마였다고 우겼다. “나쁜 놈 우리 엄마에 대해서 그렇게 이야기 하다니…” 속으로 외쳤다.
어릴 적 엄마는 늘 바빴다. 농사를 짓고, 자식들 키우며 밤낮으로 몸을 움직이며 삶을 살았던 엄마는 지금 생각해 보아도 천하무적이었다.
그 천하무적 어머니, 아버지도 점점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기에는 힘들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는 말이 맞다.
울 아버지만 해도 그렇다.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다니셨는데 요즘에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곱셈도 하시고, 그림도 그리신다. 아직까지 부지런한 습성을 버리지 못해 가끔씩 화단에 있는 국화와 쑥을 구분을 못해 국화나무를 뽑아버린다는 이야기를 고향에 있는 오빠에게 전해 듣는다.
‘천하무적 영자씨’ 라는 그림책을 만났다. ‘달 그림 신간 <천하무적 영자 씨>의 주인공 영자 씨는 지는 법이 없는 사람이다. 김치만 있으면 누구보다 밥을 많이 먹고, 큼직한 수박을 여섯 통씩이나 거뜬하게 머리에 일 정도로 힘이 세다. 달팽이를 단칼에 두 동강 내고, 무서운 거미나 나방을 맨손으로 처치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또 매번 투덜투덜 대는 옆 동네 김 이장의 불만은 카리스마 있는 눈빛 한방으로 제압해 버리곤 한다.’
그런데 이 영자 씨가 제일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찬하무적 영자 씨가 가장 무서운 것은 늙어간다는 것이다.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은 세상에 무서운 것은 없다고 한다. 인생을 살다보면 세월의 녹을 먹어 용기가 얻어지나보다. 그러면서 살다보니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었다는 말을 한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것은 노화다. 생물학적인 변화이다.
출판사 이야기 숲의 실버 그림책 시간여행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세포의 노화다. 뼈와 근육의 위축으로 키가 줄어들고 등이 굽어지며 피하지방이 감소하여 전신이 마르고 체중도 감소하고 주름도 많아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굴 주름을 보면 속이 상할 수밖에 없다.
둘째 방어능력이 저하된다. 잠재되었던 질병의 출현으로 급격하게 상황이 약화되어 죽음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질병이 발생하면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거나 잘 넘어지거나 한번 넘어지면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기도 한다.
셋째 예비능력의 저하된다. 조직의 예비능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에서 적응력이 떨어져 힘든 상황이 발생된다.
가끔씩 밥을 먹다가 혀를 씹을 때도 있으며, 손과 발의 협응능력이 안 되어 헛발을 딛기도 한다.
넷째 회복능력의 저하다. 만성질환이 있을 경우 합병증 유발과 사소한 원인으로도 중중으로 가기도 한다. 신체와 체력이 저하되어 만성질환이 생길수도 있으니 평소에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특히 당뇨, 심혈관질환 등은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노화에 따른 사회적 활동에 대한 변화도 같이 찾아온다. 자신의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상실감도 크다. 소외감, 상실감은 심리적으로 고독과 우울을 동반하게 되며 사회적으로 박탈감은 지위와 역할의 상실을 불러와 삶의 끈을 놓기도 한다.
천하무적 OO씨 알고 보면 가장 마음도 여리고 순수하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억척스럽게 세상을 살아온 것이다.
필자가 아는 어르신은 아침마다 일어나 김다현 가수의 ‘십오야’ 노래를 틀어놓고 침대에서 일어나기 춤을 춘다. 다리가 건강해야 내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체조를 한다. 또한 나 혼자 산다. 나 혼자 산다. 혼자서도 잘 산다.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 긍정 의지를 다진다.
노화 현상이 나타나는 시기에는 아침에 일어나 노래를 부르며 신체 운동도 하고 더 씩씩하게 지내야 한다.
어머니의 머리는 뽀글뽀글 파마머리다. 머리를 감고 탁탁 털고 일어나 힘찬 마음과 건강한 신체로 하루를 지내야 한다.
천하무적 OO씨는 근대시기를 살아왔던 부모님 세대다. 6·25를 거치며,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시작했던 대한민국의 어머니, 아버지 그들은 체력이 천하무적이 아니라 열심히 살고자 했던 정신이 천하무적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