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사나흘 전화 끊고, 뉴스 끊고, SNS를 하지 않고 지냈다. 그사이에 서양미술사, 시대를 훔친 미술,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책을 읽었다”고 벗은 대통령 선거 이후 일정과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려 왔다. 그 사이 남도는 비가 간간히 내리고, 강원도와 산간에는 눈이 내렸다.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시기다. 제자가 꽃구경 시켜준다 하여 하오 3시에 봄나들이를 나섰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는 선비의 마음을 알 것 같은 매서운 3월,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내린다는 김춘수의 시가 떠오른다. 광양 매화 마을은 꽃 대궐이었다.
광양 다압 매화 마을 가기 전부터 구례와 광양을 잇는 마을과 마을은 매화, 홍매화, 살구꽃, 목련이 꽃밭을 이루었다. 햇살에 부셔지는 매화를 볼 때마다 감탄사가 연발이다. 힘들었던 삶, 꽃과 바람이 대신 위로해주는 3월, 세상은 한쪽편만 들지는 않은가보다.
모든 것들이 불완전한 시기다. 코로나 확진자는 계속 늘어나 최 접점에 있다. 어느 순간 기습할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의 연속이다.
봄꽃과 올리브빛으로 물든 강변의 나무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본다. 꽃과 꽃이 이어지는 강변을 따라 차는 곡성 쪽으로 접어든다.
곡성은 심청이 마을이 있다. 심청전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심학규는 부인을 잃고 장님이 되었는데, 어느 날 물에 빠진 심학규를 스님이 구해주었고, 심학규는 공양미 300석을 시주하기로 약속했다. 딸 심청은 공양미 300석을 받고 인당수에 몸을 던졌다. 배를 타고 가던 상인이 연꽃을 발견하고 왕에게 바쳤고, 왕은 연꽃에서 심청을 발견하여 왕비로 맞았다. 심청과 심학규는 맹인잔치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는 심청이 이야기는 효가 주제다.
효가 주제인 심청이 이야기의 원천은 물이다. 청이는 물속에 빠져 죽지만 물에서 다시 태어난다.
물은 생명의 기원이다. 전래동화 반쪽이도 물에서 건진 물고기를 먹고 어머니는 아기를 잉태한다. 심청이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섬진강은 원형의 강을 보존해 힐링 장소로도 유명하다. 섬진강은 발원지는 데미샘이다. 데미샘에서 출발한 물줄기는 임실, 곡성, 구례, 하동을 지나 바다로 간다.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 이다. 생명의 근원인 물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로 유엔에서 물의 날을 정하여 물의 소중함에 대해 홍보하는 날이다.
물의 날을 제정한 이유는 유네스코의 물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약 20%가 정수 처리된 깨끗한 물을 마사지 못하며, 약 26억 명은 하수처리 시설 없이 물을 받아 사용하므로 버려지는 물이 30-40%에 달한다고 보고’ 하고 있다. 물이 부족한 이유는 도시화와 인구집중, 이상기후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현상으로 인한 가뭄이 원인이다.
인간의 몸은 70%가 물로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물이 없으면 살아 갈수가 없다. 인간 뿐만이 아니다. 모든 생명체는 물이 있어야 생명이 연장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이야기에도 물은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고 있다.
한편, 유엔에서 정한 물의 날에는 각 국가별로 물에 관련된 주제, 세미나, 포럼, 캠페인이 열린다고 한다.
2020년 주제는 물과 기후변화, 2021년에는 물의 가치, 미래의 가치였으며 2022년 올해는 ‘물의 가치화’ 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린다.
물의 날을 위해 기념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에서는 체험 전, 캠페인 등이 펼쳐질 것이며, 기업에서도 플로킹 첼린저 활동을 통한 환경보호 캠페인이 실시한다. 이에 가정과 학교에서도 물에 소중함에 대한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물에 대한 소중함을 안다면 물을 가치롭게 사용하는 지혜를 배우기 때문이다.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은 인류와 함께 한다.
광양에서 곡성까지 섬진강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봄은 벌써 와 있었다. 일주일 사이에 건강한 생명력을 보인 꽃과 나무에서 물이 주는 생명의 에너지는 만나본다.
샤걀의 시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이 바르르 떤다.’ 라는 시 한 부분을 내적언어로 되뇌어본다. 물, 정맥, 눈, 불, 올리브빛이 주는 봄의 에너지를 생각하면서 봄의 생동감과 이국적인 언어로 이봄을 환기시켜 본다.
섬진강 낮은 다리에서 멈추어 물바람을 만났다. 그리고 사나흘동안이나 생명력을 잃어버린 멀리 있는 벗에게 섬진강의 물소리를 보내주었다. 힘찬 섬진강의 물소리를 듣고 그의 관자놀이에도 새로운 정맥이 돋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