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이 또다시 집계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국내 식품과 사료 등의 가격 인상을 자극해 식탁·외식 물가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3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는 전월(141.4p) 대비 12.6% 상승한 159.3p를 기록했다. 관련 지수를 발표한 1996년 이후 최대치로,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모든 품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곡물과 유지류의 가격지수 상승률이 크게 두드러졌다.
곡물 가격지수는 전월(145.3p)보다 17.1% 상승한 170.1p를 기록했다. 밀은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에 따른 수출 차질, 미국의 작황 우려 등으로 가격이 올랐다. 옥수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더불어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 수출 감소 예상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쌀은 가격에 큰 변동이 없었다.
유지류의 가격지수는 전월(201.7p)보다 23.2% 오른 248.6p로 집계됐다. 해바라기씨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하면서 수출량이 감소해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팜유, 대두유, 유채씨유는 해바라기씨유의 공급 차질에 따른 수요 증가, 원유 가격 상승, 남미 등 주요 생산국의 수출 감소 우려 등이 반영돼 가격이 올랐다.
육류는 전월(114.4p)보다 4.8% 상승한 120.0p였다. 돼지고기는 서유럽의 공급 부족, 부활절 연휴 관련 수요 증가로, 가금육은 주요 수출국의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에 따른 공급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올랐다. 쇠고기는 주요 생산지에서 도축용 소의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데다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게 유지되면서 몸값이 올라갔다.
유제품은 전월(141.5p)보다 2.6% 상승한 145.2p로 집계됐다. 설탕은 117.9p로 전월(110.5p)보다 6.7% 상승했다.
이 같은 세계 식량가격지수 상승은 수입 곡물이나 유지류, 육류 등을 원료로 하는 국내 식품·사료 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재료의 가격 상승은 이를 이용해 생산되는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관련 업계는 물론, 외식 자영업, 농가, 일반 가정에 이르기까지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업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사료와 식품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2.5~3.0%에서 2.0~2.5%로 0.5%p 인하했다. 대체 원료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되는 할당물량도 늘렸다. 또 수출국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부·코트라와 협력해 주요 곡물의 안정적인 국내 공급을 위해 노력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라 물가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시장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며 \"밀·콩 등 국내 생산·비축을 확대해 나가고 민간업체의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 지원 등 식량 안보를 위한 중장기 정책 방안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