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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대불우(以虞待不虞)
  • 호남매일
  • 등록 2022-04-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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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계함으로 경계하지 않음을 기다린다

/이정랑 중국고전 평론가


‘이우대불우(以虞待不虞)’는 손자가 말하는 승리를 하는 5가지 도리 중의 하나다.


승리를 미리 아는 것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조심스러운 경계로 적이 경계하지 않는 것을 기다릴 줄 아는 자는 승리한다.


경계와 대비를 갖춘 군대로 그렇지 못한 군대에 맞서거나 공격하게 하면, 수비에서도 완벽함을 기할 수 있고 공격에서도 빈손으로 물러나지 않는다. 이는 상식이자 승리를 예상하는 주요한 원칙의 하나다.


‘경계와 대비’의 관건은 ‘지피지기’에 있다. 이른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싸우기 전에 적과 나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쌍방의 주요한 조건들을 종합하여 전면적으로 비교·분석·연구한 다음,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충분히 준비하면 승리는 틀림없다.


저쪽만 알고 나를 모른다거나 나만 알고 상대를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싸움이 붙으면, 맹목적인 상태에서 자신의 약점은 적에게 이용당하고 적의 강점은 나에게 부담으로 작용함으로써 승패를 전혀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회남자’ ‘병략훈(兵略訓)’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용병에 능한 자는 반드시 먼저 자기의 심신을 완전하게 수양한 다음에 남에게 요구하며, 먼저 이길 수 없는 경우를 계산한 다음에 승리를 구한다. 자신이 해야 할 수양을 남에게 요구하는 것은 적에게 승리를 구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자기 수양이라는 목적을 아직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상대의 혼란을 틈타 공격을 가하는 것은 마치 불로 불을 끄고 물로 물에 대응하려는 것과 같으니, 이래서야 어떻게 적에게 승리할 수 있겠는가?


‘좌전’에도 “준비하지 않고 경계하지 않으면 군사를 이끌 수 없다.”(기원전 718년은공 5년조)든지, “준비하면 패하지 않는다”(기원전 597년 선공 12년조) 등과 같은 대목들이 보인다.


모두가 미리 준비하고 적의 계략을 헤아려 싸우기 전에 먼저 이기고, 그 이후에 싸움을 고려하라는 말들이다. 자기 자신을 준비해놓고 적의 무방비를 찌르면 승리는 필연적이다.


삼국시대 위나라 장수 만방(滿龐)은 문제(文帝) 조비(曹丕)를 수행하여 남으로 동오(東吳) 정벌에 나섰다. 군을 통솔하여 정호(精湖)에서 진을 치고 적과 물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되었다.


그런데 마침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만방은 오군이 화공으로 군영을 공격해올 것으로 예상하고 부대에 전투준비를 완전히 갖추라고 명령했다.


밤이 되자 오군은 과연 진영을 불사르기 위해 기습을 해왔다. 기다리고 있던 만방의 부하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오군을 대파했다.


손자가 ‘이우대불우’라는 용병 사상을 제기한 후 역대 군사 전문가들은 모두 이 전승(全勝)의 도를 대단히 중시해왔다. 준비가 안 된 싸움이나 파악이 안 된 싸움은 피하라고 했다.


‘병경백자’ ‘예자(預字)’에 이런 대목이 있다.


모든 일이 뜻하지 않게, 닥치면 놀라게 마련이다. 마음이 놀라면 갑자기 꾀를 낼 수 없다. 이것은 패배의 징조다.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일들은 반드시 두루두루 헤아려 일정한 법칙에 따라 처리되도록 힘쓰는 동시에, 불규칙적인 방법으로 꾀를 낸 후 심기를 안정시켜 갑작스런 상황에도 놀라지 않게 하고 경계를 강화한다. 옛 선인들이 군대를 이끌다가 위험을 겪고 그 난관을 빠져나오면서 안정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무슨 별다른 지략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미리 대비했을 따름이다.


대비하고 경계하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일이 엉망이 된다. 군사 투쟁은 수시로 변화할 수 있는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곳곳에서 조심해야 하고 여러 가지 수를 한꺼번에 준비해야 한다.


현대 전쟁은 냉병기 시대의 전쟁에 비해 더욱 복잡하고 다변적이다. 따라서 지휘관은 ‘이우불대우’의 책략 사상을 더욱 투철하게 견지하여 전면적인 준비를, 갖추고 발생 가능한 모든 어려운 상황을 예상하여 그것들에 대처해야 한다.


전쟁터의 주도권은 싸우기 전의 준비에서 결정 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준비가 충분할수록 승리의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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