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2022 세계 자동차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들(The World’s Greatest Auto Disruptors 2022)’ 시상식에서 ‘올해의 비저너리(Visionary of the Year)’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2.04.13.
현대자동차그룹이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전용 전기차가 성능과 디자인을 앞세워 세계무대에서 수상하고 있고 유럽·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판매도 급속히 늘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지난 13일(현지시간) \'2022 월드카 어워즈(2022 World Car Awards)\'에서 \'세계 올해의 차(WCOTY·World Car of the Year)\'를 비롯해 \'세계 올해의 전기차(World Electric Vehicle of the Year)\',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World Car Design of the Year)\' 등 자동차에 시상하는 6개 부문 중 3개 부문을 휩쓸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기아 EV6가 \'2022 유럽 올해의 차(ECOTY·Europe Car of the Year)\'를 수상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세계 올해의 차\'와 \'유럽 올해의 차\'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 가운데 2개를 석권했다. \'세계 올해의 차\'와 \'유럽 올해의 차\'는 \'북미 올해의 차(NACTOY·The North American Car, Truck and Utility Vehicle of the Year)\'와 함께 최고 권위의 상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세계 올해의 차\' 3개 부문 수상과 함께 \'독일 올해의 차\', \'영국 올해의 차\', 독일 유력 매체 \'아우토빌트 선정 최고의 수입차\',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익스프레스 선정 올해의 차\', \'2021 IDEA 디자인상 금상\', \'2021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 운송디자인 부문\' 등을 차지했다.
기아 EV6는 \'유럽 올해의 차\', \'아일랜드 올해의 차\', \'독일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 1위\', 영국 유력 매체 \'탑기어 선정 올해의 크로스 오버\',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왓카 선정 올해의 차\', \'2021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 운송디자인 부문\', \'2022 레드닷 어워드 제품 디자인 최우수상 및 본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전용 전기차 GV60도 \'2022 레드닷 어워드 제품 디자인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이 같은 성과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와 전략이 핵심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 주변의 평가다.
정 회장은 전기차 대중화에 대비해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그룹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바 있다.
또 \"전기차를 기회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선점한다는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필요하다면 인력과 조직의 변화도 추진하자\"고 언급했다.
이 같은 정 회장의 기조는 현대차그룹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개발로 이어졌다. E-GMP는 글로벌 고성능·고급차 브랜드들을 뛰어넘는 수준의 전용 플랫폼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구체화된 계획이다.
전용 플랫폼 개발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이 엇갈렸을 당시 정 회장이 결단했고, 주요 단계 때마다 직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른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은 신기술 적용을 적극 주문했다. 기존 전기차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혁신 기술을 E-GMP에 기본 탑재해 고객들에게 자사의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외부로도 자유롭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과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시스템\' 등 경쟁 업체들이 비용 부담으로 인해 주저했던 고사양 장치를 E-GMP에 탑재했다.
급속·초급속 등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400V·800V 멀티 충전시스템\', 승차감과 핸들링은 향상시키고 소음과 진동을 줄여주는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IDA·Integrated Drive Axle)\', 4WD와 2WD 구동 방식을 자유롭게 전환해 효율적인 운전을 돕는 \'전기차 감속기 디스커넥터(EV Transmission Disconnector·동력 분리장치)\' 등도 세계 최초로 개발 적용했다.
정 회장은 전용 전기차의 과감한 디자인도 주문했다.
기아 EV6의 경우 개발 초기에 일부 보수적 성향의 해외 고객 반응을 감안해 해당 권역본부에서 디자인 수정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정 회장이 EV6의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힘을 실어주면서 출시 이후 \'2021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 운송디자인 부문\'과 \'2022 독일 레드닷 어워드 최우수상\' 등을 연이어 수상했다.
전기차의 친환경성도 주목하는 부분이다. 정 회장은 2020년 회장 취임사에서 \"인류의 평화로운 삶과 건강한 환경을 위해 성능과 가치를 모두 갖춘 전기차로 모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을 앞장서서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강화하기 위해 차량 개발 단계부터 탄소 및 오염물질 감축을 고려하는 한편 전기차 전체 밸류체인(Value Chain) 관점에서의 배터리 리사이클 프로세스 구축 등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글로벌 판매에서도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5만2719대를 판매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에서 5위권 내에 진입했다.
올해는 전용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판매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돼 큰 폭의 증가세가 예상된다.
지난 1분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는 7만6801대로 전년 동기(4만4460대) 대비 73% 증가했다. 국내에서 2만2768대가 판매돼 155%, 해외에서 5만4033대가 판매돼 52%씩 각각 성장했다.
전기차에 관심이 큰 유럽에서 성장세도 눈에 띈다. 유럽 전기차 전문 사이트 \'EU-EV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14개국에서 현대차그룹은 테슬라를 제치고 폴스크바겐과 스텔란티스에 이어 판매순위 3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현대차그룹은 2030년 총 30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해 2030년까지 17종 이상의 EV 라인업을 갖춰 18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올해 아이오닉 6를 필두로 2024년에는 아이오닉 7을 출시한다.
기아는 2027년까지 14종의 전기차를 출시해 2030년에는 12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방침이다. 올해 EV6의 고성능 버전인 EV6 GT에 이어 내년에는 EV9을 선보인다.
전기차 성능도 업그레이드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S\' 등 신규 전용 전기차 플랫폼 2종을 도입한다.
\'eM\' 플랫폼은 배터리, 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 및 모듈화하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개발 체계를 적용한다. 현재 개별 전기차마다 별도 사양이 반영되는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 차급별로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효율적인 EV 라인업 확대와 상품성 강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eS\'는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유연한 구조로 개발돼 딜리버리(Delivery·배송)와 카헤일링(Car Hailing·차량호출) 등 기업 간 거래(B2B) 수요에 대응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