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공식 추진하기로 했다. CPTPP 가입에 따른 역내 공급망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한편, 농·어업계의 거센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농수산 업계의 우려를 줄일 소통·대책 마련과 회원국과의 협상이 20여일 후 출범하는 새 정부의 과제가 됐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제228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CPTPP 가입 추진계획\'을 서면 의결했다. 정부는 향후 통상조약법에 따라 \'CPTPP 가입 추진계획\' 국회 보고 등 가입 신청 관련 국내 절차를 진행하고, 공식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의결은 정부가 지난 2013년 CPTPP의 전신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에 관심을 표명한 지 약 8년 만이다.
CPTPP는 미국이 주도하던 TPP에서 미국이 빠지자 일본 주도로 멕시코,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 등 11개국이 결성한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13%, 무역 규모는 15%가량을 차지하는 \'메가 경제 공동체\'다. 지난해에는 영국, 중국, 대만 등 국가도 잇따라 가입을 신청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가입 검토에 속도를 냈다. 지난 1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입 신청 데드라인을 4월로 잡았다. 이후 정부는 지역순회 현장간담회, 업종별 협의회,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처 1급으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보완 대책 정책 과제를 발굴해왔다.
정부는 CPTPP의 시장 개방 수준이 높고, 기존 FTA에 없던 디지털 등 새로운 분야의 규범이 포함돼 가입 시 역내 경제 연계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공약을 통해 CPTPP 등 역내 주요 무역협정을 통해 국내 기업이 공급망, 디지털 무역 등 분야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다만 기존 회원국 중 멕시코와 일본을 제외한 9개국과는 양자·다자 방식으로 FTA를 체결해 CPTPP 가입에 따른 실익이 제한적일 수 있다. 여기에 일본과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관세를 일부 철폐한 바 있다. 새로 FTA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국가는 멕시코뿐인 셈이다.
아울러 농·어업계에서는 호주, 뉴질랜드 등 농업강국과의 시장 추가 개방으로 국내산 농수산물 소비가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존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가입이 가능한 만큼 일본이 협상 과정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조건으로 내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관련 단체들은 극심한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CPTPP 가입을 반대하는 전국농어민대회가 열려 4000여명의 조합원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의 가입 신청 검토 중단을 촉구했다. 앞서 산업부가 지난달 25일 연 CPTPP 공청회도 농어민 단체의 집단 반발로 40여분 만에 파행을 빚은 바 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부는 CPTPP 가입 추진계획 의결 후 입장문에서 \"협상이 추진되면 농축산물·중소제조업 등 분야의 민감성을 협상에 최대한 반영하고 국내 보완 대책도 협상 결과에 따라 충실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농수산업계 등 이해관계자와 지속 소통하면서 가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CPTPP 가입을 신청한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실제 가입이 이뤄지기까지는 1~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 회원국과의 협상, 국내 농수산 업계와의 소통은 새 정부의 몫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4일 장관 후보자 발표 자리에서 CPTPP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농업인들이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게 아니고 절차, 정부와의 충분한 대화, 설명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그런 점을 충분히 상의하고 당연히 대책까지 같이 추진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