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초복이 오기 전에 지역사회보장 협의체 봉사활동에 다녀왔다. 그동안 삶의 터전에서 일을 하느라 봉사 활동에 참여를 제대로 못했는데 시간이 맞아 무더위 여름철에 지역사회에 사시는 독거노인을 위한 삼계탕 나눔 활동에 참여했다.
지역사회 보장 협의체는 지역사회 단위로 민관이 협력하여 사회복지 서비스 재공의 효과성을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역의 복지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필요성에 의해 만든 단체로서 민관이 협력해 지역사회 공동체가 함께 하는 지역 봉사활동 단체다.
삼계탕을 직접 끓여서 배달을 하면 좋겠지만 위생, 시간, 맛 등을 고려해 좋은 재료를 담은 삼계탕을 들고 미리 연락을 해둔 집을 방문했다. 다행이 동사무소에서 모든 집에 전화를 해 두어 쉽게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민관이 협력해 지역사회에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뵙고 마음을 전달하는 일에 참여해 함께 할 수 감사한 시간이었다.
삼계탕 한 그릇에 마음을 담아 전해 줄 때 엘레베이트 앞까지 따라 나오시면 복 받으라고 이야기를 해 주시는 어르신의 눈빛을 보니 삼계탕보다 더 진한 마음이 앞선다.
“어르신의 고마운 마음에 복 많이 받아갑니다. 어르신도 강건하십시오.” 라는 인사를 드렸다. 삼계탕을 나누면서 우리 주변의 이웃을 살펴볼 수 있고 음식을 나눔과 동시에 마음을 연결하는 시간이 지역 공동체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느꼈다. 무더위에 마음까지 덥다면 살맛이 없다. 삼복더위에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좋은 일이다.
엊그제는 초복이었다. 삼계탕으로 몸보신을 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지인이 톡을 보내왔다. 톡을 보았다.
엄마 닭이 병아리 6마리를 줄을 세워놓고 훈시를 하고 있는 그림이다. 내용은 “애들아 정신 똑바로 차려라. 엄마 아빠가 먼저 가더라도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복날 없는 나라로 유학 가서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아무 의미 없이 보면 자식 교육하는구나 싶은데 복날에 어쩔 수 없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닭의 입장에서 보면 웃픈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국수로 점심을 때웠다.
첫 번째 초복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덧 담장 울타리마다 붉게 핀 채송화, 봉숭아, 접시꽃을 보니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다.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니 겁부터 난다.
어릴 적 여름은 신나는 계절이다. 수박, 참외 과일을 먹으며 무더위가 한창일 무렵에는 옥수수를 삶아먹고 더우면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지냈다.
그런데 지금은 무더위에 습한 기운까지 몰려온다. 더위보다 참기 어려운 습한 공기를 없애기 위해 에어컨을 틀다보면 밤잠을 설치기가 쉽다.
여름철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큰비와 더위가 밀려오는 시기에는 파리, 모기, 벌레도 극성을 피울 것이며 사람들의 짜증도 늘어날 것이다. 중복과 말복을 잘 지내기 위해서는 건강한 마음과 나눔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폭염으로 건강을 잃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 어린이들은 물과 함께 즐거운 상상을 하지만 지역사회에 같이 사는 사람들은 건강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돌봐야 할 것이다. 그렇게 잘 지내다 보면 복날은 갈 것이며 무더위도 사라질 것으로 본다.
여름의 본격적인 시작인 시기에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 시는 더위에 지친 삶에 용기를 얻는다. 예전 글에도 인용했는데 여름날 다시 소환해 본다.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그 여름의 끝 시를 보면서 건강한 여름을 생각해 본다. 떨어지며 다시 피어오르는 백일홍 꽃처럼 삼복더위를 잘 이겨내야 한다.
여름 삼복더위를 이기려면 나부터, 집집마다, 마을마다 건강한 생활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 보면 복날은 갈 것이며 행복하고 건강한 여름은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