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이면 잠시 일을 놓고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름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휴가, 바다, 수박, 매미, 태양, 구름, 여행, 가방, 물놀이… 등 여름은 지겨운 일상에서 탈출을 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르는 시기다.
모두 여름휴가를 위해 집을 떠났다. 인선네는 야경이 아름다운 포항으로 사흘, 지우네는 숲길을 걷기 위해 제주도로 나흘, 하윤네는 아이들과 함께 광주에서 전주까지 국토대장정을 떠났다.
7월의 마지막 주와 8월이 시작되는 첫 주에 텅 빈 아파트 주차장에서 부러움을 가득 안고 그들의 삶을 부러워 해본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관계중심 사회에 산다. 내몰리듯 학교에 가야하며, 열심히 공부를 하고 직장 생활을 한다. 누군가는 목표 의식이 뚜렷해서 자신의 길을 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왜 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다람쥐 쳇바퀴처럼 오늘을 살아간다.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 속 대사다.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의 대사를 보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누군가의 여름휴가는 관계의 노동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모든 삶이 관계의 노동이라면 이번 여름은 더욱더 고독 안으로 들어갔으면 한다. 휴식은 당신을 건강하게 지켜줄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 고독의 시간에서 자신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휴가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P는 여름휴가는 꿈도 못 꾼다. 그의 직업은 에어컨 정비사다. 무더위가 계속되면 에어컨 수선 의뢰가 많이 들어와 P는 9월쯤에 휴가를 간다. P는 땀이 베인 옷깃을 여미며 오늘도 A/S 들어온 집을 방문해 소비자의 시원함에 만족하며 쓸쓸한 여름을 맞이한다. P의 땀방울이 맺혀진 셔츠는 삶에 충실하다.
K는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가 해제되었나 싶어 들떠 있었는데 감염이 확산된다는 기사에 여름휴가를 접었다. K는 해년마다 모자를 산다. K는 모자의 챙 넓이에 따라 여행 장소가 달라진다.
이번 여름휴가는 바다로 떠나기 위해 챙이 넓은 모자를 샀다. K의 모자는 태양을 만나지 못했다. K의 모자가 내년에는 바다의 햇살을 만나길 바래본다.
관계의 노동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3일 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고 혼자 놀기를 시도해 보았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첫 번째로 3년 만에 영화관에 갔다.
선택의 여지없이 외계인, 1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에 대한 특별한 정보는 없다. 그저 최근에 핫한 배우들이 나온다는 것뿐이었다.
어쨌거나 영화를 보고 난후 영화평이 찬반이 엇갈린다.
어떤 이는 영화감독이 7년 만에 만든 영화라 감이 떨어졌다고 하며, 누군가는 한국판 마블 영화라 하며 높이 평가하는 등 반응이 다르다. 혼자만의 시간이 영화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휴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지친 삶에서 잠시 벗어나 재충전 하는 시간이다. 혼자 있기 3일이 필자는 힘들다. 마지막 날은 오랜만에 연락이 온 벗을 만나는 시간에 투자했다. 벗과 함께 영화, 책,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을 훌쩍 가 버렸다. 역시 혼자 놀기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노는 것이 훨씬 더 재미가 있다.
휴가 다녀온 하윤네 투덜거린다. “갈 때부터 콘도로 가자, 글램핑장으로 가자. 싸우다 남편 의견 따라 글램핑을 선택했는데 비가 내려 텐트도 못치고 돌아왔어.”
주변에 마트도 없어 가지고간 석탄으로 불도 못 피워 배 쫄딱 굶고 왔다고 한다.
하윤네 한술 더 뜨며 이야기한다. “휴가는 갈 것이 아녀 집이 최고지” 본격적인 휴가철에 한반도에 태풍이 올라와 휴가를 망쳤다며 투덜거린다. 그러나 한편으로 빗줄기가 반갑다. 태풍은 빗줄기를 내려 가뭄을 해결해 줄 것이다.
관계의 노동에서 벗어나는 휴식의 시간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낳는다.
삶이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지나가기는 힘든가 보다. 그렇게 여름이 가고 있다. 느릿하게 가는 여름을 빨리 보내고 싶다.